자각증세
사사기 6장 17~22절
2008-09-27 김학현(서울북지방, 비전교회)
“목사님! 저희 남편이 간암말기래요. 이거 어쩌면 좋아요.”
아직 오십이 안 된 남편이 간암말기란 진단에 혼비백산하여 울며 전화를 한 것이다. 아직도 젊은 나이에다 어린 두 아이가 있어 너무 억울하고 비통해야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간암 말기가 되도록 자주 피곤해 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세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간이 다 상하도록 자각증세가 없었을까.
작년에 임직식 후 임직자들과 함께 소록도를 1박2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한센씨 병을 앓고 있는 성도들과 지냈는데, 그들 역시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가고,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고 했다. 신체의 일부가 썩어져 가는데도 자각증세가 없다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다.
어쩌면 삼손에게도 자각증세가 없었던 같다. 나실인 삼손은 블레셋으로부터 종종 나라를 구한 이스라엘의 사사였지만 이방여인 드릴라의 유혹에 빠져 하나님을 망각하게 되었다. 삭도를 그 머리에 대지 말아야 할 나실인 임에도 불구하고 머리털 일곱 가닥을 밀리게 된다. 여호와께서 떠났음에도 삼손은 하나님이 자기를 떠난 줄 깨닫지 못했다. 삼손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떠났음에도 알지 못했다면 자각증세가 없는 말기 암 환자와 다를 바 없다.
복음서에서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도 하고 귀신도 내어 쫓고 병도 고쳤는데 주님은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주의 일(목회)을 한 자들인 것이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하였음에도 중요한 것은 주님이 모른다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주님이 그들을 떠났음에도 떠난 줄을 몰랐던 것이다. 즉 자각증세가 없었던 것이다. 여호와께서 떠났음에도 자각증세가 없다면 머리가 밀린 삼손이 사람들 앞에서 눈이 빠지고 재주를 부리는 것과 같다.
요즘 한국교회는 곳곳에서 폄하하고 편훼를 받고있다. 많은 성도들이 떠나가고 있다. 심지어 천주교로 불교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악한 이단이 거세게 한국교회에게 도전하고 있다. 머리가 밀리도록 자각증세 없는 삼손의 모습이 곧 내 모습이다. 이제 흐트러졌을 내 옷매무세를 고쳐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더 가까이 하여 한 영혼을 존귀하게 여기는 그 자리로 돌아가야 겠다.
90년대 초 인천과 부천에서 개척할 때였다. 지하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곳에 새로운 성도가 온다는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그때는 남루한 노숙자가 와도 얼마나 반가웠던지 밥도 주고 목욕탕에 같이 가서 목욕도 하며 전도 한 적이 생각이 난다. 사람의 그림자라도 비치면 설교하면서 흥분이 되어 한 영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알던 그 시설에는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늘 마음에는 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졌고, 열정 또한 대단했었다. 밤새 복음을 전했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면서 울고 웃고 했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제 성도들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날로 부흥하면서 언제부터인가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이전만 못함을 발견하게 된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이 열리고, 사단의 권세에 매여 있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열리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후각이 열리고, 꿀송이 보다 더 단 말씀을 읽는 미각이 열리고 시대를 분별하는 감각으로 주를 섬기며 성도들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자각증세가 생기기 않기 위해서도 스스로를 경계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