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공동선언문’ 논란 신학적 비판

생명평화마당 등, 에큐메니컬 신학심포지엄

2013-02-08     남원준 기자

‘WCC·WEA 총회 협력 공동선언문’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에큐메니컬신학의 입장에서 선언문 내용을 반박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생명평화마당신학위원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지난 2월 4일 서울 연지동 백주년기념관에서 ‘WCC 신학과 한국교회의 대응’이란 주제로 ‘에큐메니컬 신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공동선언문의 4개항인 ‘개정전도금지 반대’ ‘성서무오설’ ‘공산주의·인본주의 및 동성애 반대’ ‘종교다원주의 반대’에 대한 에큐메니컬 신학의 입장을 소개하고 왜 선언문 내용을 에큐진영이 수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개종전도금지 반대’를 반박한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신학과)는 WCC, 로잔위원회, 세계선교와복음전도위원회(CWME) 등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진영이 정리한 전도신학의 입장도 ‘폭력적인 방법의 개종, 물량주의 등은 복음의 메시지와 반대되며 전도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종교인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유럽기독교 국가들의 우월적이고 배타적·공격적 선교와 전도로 ‘개종’에만 관심을 갖는 개념을 넘어서서 21세기 다원사회에서는 인종체제의 이념을 극복하고 종교간 상호존중, 정의와 평화, 창조질서 회복의 차원에서 성숙한 전도·선교의 개념이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것.

공동선언문의 ‘성서무오설’을 반박한 이영미 교수(한신대 신학과)는 성경의 참된 권위가 성경 내 문자의 ‘무오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과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한 인간구원과 영생의 약속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영미 교수는 또 성경무오설이 주장하는 일점일획도 오류도 없는 원본 성경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진 신학성경의 경우, 5600개의 그리스어 성경사본, 1만개가 넘는 라틴어 사본, 500개 이상의 타언어 사본들을 편집한 복사본의 복사본이라는 점에서 ‘성경무오설’은 근본주의의 교리를 지지하기 위한 무모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WCC와 공산주의, 동성애 문제’를 발표한 김기석 교수(성공회대 신학과)는 WCC 형성기에서 사회주의의 관점을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수용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는 기독교, 무신론에 근거한 공산주의는 반기독교’라고 반공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취하는 것도 문제임을 주장했다. 자본주의가 섬기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돈이며, 자본주의의 물신숭배도 심각한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며 불신앙이라는 것.

그는 또 동성애는 성서에 죄악으로 기록되었지만 인구 중 최소한 3~10%가 동성애 성향을 가진 것을 고려하면 동성애를 단죄하기 보다는 성적소수자의 문제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정배 교수(감신대 신학과)는 ‘종교다원주의 반대’와 관련, 지난 2011년 WCC·WEA·가톨릭이 공동으로 작성한 ‘다원사회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증언’이란 문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한기총 소속 교회들도 세계교회들의 열린 태도에 크게 고무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문서의 내용은 ‘다종교사회에서 필히 이웃종교인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웃종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신앙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에큐메니컬 30여개 단체, 에큐메니컬 기독여성, 기독자교수협의회, 한신대 신학과 교수일동, 기장 생명선교연대, 한국문화신학회 등이 성명을 통해 ‘1.13공동선언문’ 폐기와 WCC총회한국준비위원회 조직의 재편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선언문과 관련한 한국교회의 갈등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