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새로운 시작

2013-01-16     신건일 목사(북아현교회)

실직한 사람들을 상담해 오던 기업체의 상담가가 실직을 당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실직을 당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얼마나 엉터리 상담을 해 왔으며 실직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좌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상담가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절망과 고통 속에서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 주시고 힘을 주시기 위해서 직접 그 절망과 고통 속으로 들어가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절망과 고통의 순간을 넘어서는 길을 보여 주셨고 죽음조차도 이길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주셨습니다.

요즘 세상은 마치 영원한 것이 없다는 전도자의 말이 진리라는 것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듯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대기업이 무너지고, 결코 내려올 것 같지 않던 세도가들이 하루 아침에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는가 하면 언제까지나 내 밥줄이 되어 줄 줄 알았던 직장이 나를 배신하는 경우도 만나게 됩니다.

IMF를 지나 요즘은 세계 경제 불황을 만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무엇인가를 다시 해 보고자 하는 의욕조차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절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태산과 같은 시련이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라’는 이 말은 아무도 할 수 있는 말도,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아닙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군인이 전쟁터에 남아 있다는 것은 무의미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며, 가정의 소망을 상실한 사람이 다시 시작한다 해도 과오를 반복할 뿐입니다. 근본이 잘못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답습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실의에 빠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합니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우선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깊은 좌절 가운데 있던 로뎀나무 아래의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어 그로 하여금 먹고, 자게 하셨습니다. 휴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줍니다. 육체가 회복될 때 소망도 회복됩니다.

실컷 먹고 잤다면 이제 생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이 땅에 보내셨을까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가장 곤고한 그 순간에 봉착하면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얼마 전 수능을 치른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S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1차를 패스한 그는 건강의 문제를 느꼈고, 그 때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발견한 그는 수능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가 올해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진학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는 그가 다시 흔들린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를 준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의 사역자로서 깊은 좌절을 경험할 때도 왜 이 길을 택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임시처방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치유는 소망의 근원되시는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분께서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 힘을 주실 것입니다.

새 힘! 귀납적으로 새 힘을 분석해 보면 이 힘은 첫째,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에게 공급되는 힘입니다. 둘째, 한 번 쓰고 나면 고갈되는 힘이 아니라 계속해서 솟아나는 힘입니다. 셋째, 그 힘은 절대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입니다.

다시 시작하라. 이 말을 영어로는 1‘NEVER GIVE UP’이라고 표현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입니다. 새해가 된다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좋은 것입니다.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 때 모든 의욕조차 사라지지만 그래도 내일 해가 다시 뜰 때 새롭게 태어나리라는 기대 속에 잠들 수 있는 것처럼 새해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새로 시작하십시요. 아무리 좌절되고 전의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라십시요. 그리고 하나님께로 나아가십시요. 새해에는 묵상하고 기도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분께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소망과 용기가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내 삶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