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받은 은혜(天) 받은 사랑(人)
지푸라기 같았던, 그리고 마른 땅에 솟아오른 작은 풀잎 같은 아주 작고 연약한 나를 부르시어 작은 가슴에 하나님의 꿈을 심어 희망의 물을 주시고, 거친 바람과 세파를 가리워 주시며 성장하게 하신 나의 하나님 앞에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깊은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리고 싶다.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있던 고2 겨울방학 때 다니던 교회 고등부 주관으로 3일 금식을 작정하고 오산리금식기도원에 기도하던 중 강력하신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나의 모든 꿈을 접고 주의 종이 되고자 헌신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가슴에는 불타는 사명으로 가득하였으며 그 후 하나님께서는 사명을 감당하기위한 열정을 기도하는 사람으로 이끌어 가셨다.
부여받은 사명을 품고 살아오면서 100번도 더 포기해야 하는 절대 절망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죄가 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눈물이 흐르면 그 눈물을 타고 희망을 작곡했다. 절망의 그림자 속에서 희망을 노래했으며, 절망과 좌절이 몰려올 때 기도만 하지 않고 ‘움직이며 기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절망이 올 수는 있지만 하나님이 포기하시지 않는 한 포기 할 수 없다”라고 스스로를 지지하며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부르심에 확신을 갖고 전진했다. 1998년, 대학원 수업을 파하고 학교 언덕을 내려오며 친구에게 나의 꿈을 말하고 최선을 다하여 꼭 꿈을 이룰 것 이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현 서울신학대학 이재성주임)가 내게 강한 어조로 조언을 해 주었던 말이 기억난다.
“순희야! 너 꿈을 이루면 교만하지 말고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해야 한다.”
아! 사도바울의 그 위대한 고백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고전 15:10)." 그때 멀지 않은 날에 나도 꼭 이런 고백을 하리라 결심하고 나는 걷고 또 걸었다. 고된 여정 속에서 나를 지탱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천사로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을 잊을 수가 없다.
개척교회(부천 성진교회)를 섬기기로 결단하고 밀려오는 사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힘겨워하는 우리 부부를 향하여 힘을 주셨던 잊지 못할 분들이 많았다.
‘성역 40주년 기념으로 받으셨던 금 거북이를 포함해서 40년 동안 모으신 모든 금을 우리 부부 손에 꼭 쥐어주시며 승리하라고 힘을 주신 장충단성결교회 홍순우 목사님과 사모님을 잊을 수 없다. 고마운 장충단교회 성도님들도 많았다. 개척교회로 보내는 마음이 안타까워 봉투 가득 현금을 준비해서 내 손에 들려주시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이원자 권사님, 개척교회를 섬기는 내내 눈물의 기도와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 주셨던 최효열 권사님, 늘 기도해 주시고 지지해주시며 ‘성령의 감동을 거역하지 마라’고 마다하는 나에게 가방 깊이 사랑의 봉투를 넣어주시곤 하셨던 조종남 목사님과 사모님의 깊은 애정도 감사했다.
개척교회를 섬기는 제자가 끝내 안쓰러워 ‘힘들지, 힘내라’며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주시고, 집 앞에 찾아오셔서 격려해 주신 유석성 교수님과 한혜빈 교수님. 어느 부활절에는 한혜빈 교수님이 “순희야 부활절 선물이다. 통장 열어봐”라고 한마디 하시고는 통장에 일천만원을 보내주셨다. 계약된 교회 땅값을 치루지 못한다는 소식에 적금을 해약해서 지원해 주셨던 교수님의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또 작은교회를 섬기며 공부하는 제자를 키우시려고 비싼 임상세미나 비용 등을 지불해주시며 학문적 훈련을 시키시고 박사학위 심사 내내 논문의 단어 하나, 점 하나까지도 지적하여 수정하시고 지원해주신 숭실대학교의 유수현 교수님과 사모님의 깊은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어찌 받은 사랑이 이 뿐이겠는가, 지면이 부족하여 헤아리기 어렵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지면에 이 받은 사랑을 지불하는 명부를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사랑을 타고 우리 부부는 2008년 8월 “나 박사 맞지”라며 다가오는 남편 노흥호 목사를 향하여 “그럼요, 당신 박사 맞아요”라고 대답한 여운이 아직 귓가에 맴돌던 2009년 1월 남편이 “문 박사님 축하합니다”라며 건네준 나의 박사학위 논문을 받아든 후 나는 감사의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렸다. 박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박사학위가 목적이 아닌 과정이기에 우리 부부가 ‘박사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은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섬기는 성도들의 삶에 희망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주어진 삶 동안에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부여잡고 ‘받은 은혜와 받은 사랑’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사명을 감당하기 원하며 그 많은 분들이 이유와 조건 없이 부여해 주신 사랑의 길을 나 또한 걷기로 결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