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세계(8)

세상과 섞인 날실을 빼어내자

2012-12-26     임미영 박사(서울신대 강사)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거가 끝이 났다. 어떤 이는 새로운 대통령에 만족할 것이고 어떤 이는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새로운 대통령은 선출되었고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한 번 더 그에게 맡겨보아야 할 것이다.

성서 속의 인물 중 삼손은 약속 받은 혹은 나실인라 불리는 사람이었지만 배반과 거짓으로 얼룩진 인생을 산 사람이다. 삼손의 큰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한 블레셋의 궁금증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들릴라로 하여금 그를 배반하도록 하였다. 그는 여인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거짓을 고백했고 그녀는 그에게 화를 내는 다툼의 반복이 일어났다.

여러 번의 시도 후에도 삼손의 힘이 약해지지 않자 골이 난 들릴라에게 삼손은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그를 결박하고 싶다면 그의 머리의 7가닥을 베틀의 날실에 섞어 짜면 된다고 말한다(삿 16:13). 베틀은 고대 이스라엘의 가정에 하나씩은 꼭 있는 도구로 아마도 삼손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주변 물건들을 사용한 임기응변에서 고안되었다고 생각한다.

고대 사회의 가정에서 여인이 직물을 짜고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직물 짜기가 산업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스라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직물은 날실과 씨실을 번갈아 교차하여 짜는데 날실은 세로로 펴서 끼워지고 씨실은 이 세로로 놓인 날실 사이를 위 아래로 교차한다. 날실과 씨실은 베틀에 묶어 고정하였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수평형과 수직형 두 종류의 베틀을 사용하였다. 수평형이 보다 오래된 형태로 두 개의 막대기를 양쪽으로 벌려놓고 땅에 4개의 말뚝을 박아 각 끝을 고정시킨 후 날실을 막대기 사이에 펴서 고정시켜 사용했다.

수직형의 베틀은 두 개의 수직으로 놓은 막대기와 가로로 놓은 한 개의 막대기를 이용하여 세로로 세운 형태의 베틀을 만든 것이다. 날실을 가로 막대기에 꿰어 밑으로 흐르도록 드리우고 이 날실이 흩날리지 않도록 무게감이 있는 베틀 추를 날실 끝에 달아 아래로 팽팽하게 당겨지게 하였다. 베틀 추는 돌이나 점토로 만든 주먹 이상의 크기의 덩어리로 구멍을 뚫어 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베틀이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옷감이 쉽게 부식된다는 성격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베틀과 직물 자체가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반 가옥에서는 종종 이 베틀의 날실에 매달려 있던 베틀 추들이 일렬로 나란히 놓인 상태로 발견되어 베틀의 모습이 아래의 사진처럼 재현될 수 있었다. 

삼손의 고향인 담나의 경우에는 수많은 베틀 추들이 유적지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삼손과 들릴라의 이야기는 위에서 설명한 수직형 베틀을 사용하여 잠든 삼손의 긴 머리와 날실을 섞어 짜 직물로 완성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이 삼손의 힘의 비밀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블레셋 사람들이 닥치자 그는 일어나 베틀의 날실을 빼어냈고 분명 그의 힘을 발휘하였을 것이다.

세상 속의 수많은 비방과 거짓, 그리고 배반은 대통령의 삶에서도 또한 우리의 삶이라는 직물에도 분명 섞어 짜여 있다. 우리는 과감히 일어나 이 날실들을 빼어내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도 네거티브의 공방에서 깨어나 날실들을 빼어내고 그의 힘을 발휘해 보도록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삼손은 결국 그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날실들을 빼어낸 것으로 만족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기독인으로서 끊임없이 세상의 유혹과 싸워 이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