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눈물 흘린 태안, 그래도 희망은 있다

2008-02-23     김차열 목사

검은 눈물 흘린 태안, 희망은 있다“여기가 유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 말 사상 최악의 해양사고가 태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사고 다음 날 새벽 밀물을 따라 시커먼 기름이 바다를 뒤덮어 해안으로 밀려왔는데 그 광경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습니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던 바다는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던 해안가는 기름 범벅이 되었으며, 끝없이 펼쳐졌던 하얀 백사장은 검은 모래로 뒤덮였고, 늘 상큼하고 맑은 공기는 매케한 기름 냄새로 코를 찔렀습니다. 아름다운 태안반도가 하루아침에 죽음의 바다가 된 것입니다. 바다만 바라보고 살던 어민과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 모두 망연자실하였습니다. ‘이제 다 끝났구나.' ‘다 죽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근 각처에서 몰려오는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고, 사고 지역에는 구름 같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방제복을 입고 한 마음 되어 돌 하나하나를 정성껏 닦았습니다.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다시금 발견했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우리 교단에서 신두교회에 대책본부를 세우고 신두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방제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국의 수많은 교회에서 자원봉사를 해 주셨고, 물품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교회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물품을 가지고 오셔서 격려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이 베풀어 주신 넘치는 사랑과 수고를 이곳에 있는 목회자와 성도,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이곳은 많은 분들의 헌신과 봉사로 많이 회복된 상태지만 물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맨손 어업 주민들, 그리고 배를 가지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파는 어민들이 엄청난 타격으로 생계가 막막한 상태입니다. 주말만 되면 전국에서 가족단위, 직장동료들의 야유회와 회식 등으로 각광을 받던 펜션과 민박 그리고 식당은 모두 예약이 취소되고 환불을 요구해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지금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몇 년 내에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절망적입니다.

이제 태안바다는 검은 눈물을 훔치고 다시 푸른 바다의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기름에 찌들어 죽어가던 갈매기들이 다시 힘차게 날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자원봉사가 죽음의 바다에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도 희망을 주었습니다. 다시 힘차게 일어서겠습니다. 4~5년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됨으로 지속적인 자원봉사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여기 신두교회 한 집사님의 이야기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저는 2002년 방광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니던 직장을 명예 퇴직한 뒤 집을 팔고 퇴직금과 저축했던 돈. 그리고 은행대출과 사채까지 모을 수 있는 자금은 모두 모아 신두리해수욕장에 땅을 샀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펜션을 지었습니다. 2004년 개업한 후 매년마다 매출실적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 8일 새벽, 마을 이장의 연락을 받고 급히 바다에 나가보니 시커먼 기름파도가 몰려오는데 너무나도 황당하고, 무섭고, 순간적으로 앞날을 생각하니 ‘이제 죽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사고 이후 오후부터 전화가 오는데 ‘정말 안됐지만 그런 사고현장으로 놀러 갈 수는 없지 않느냐' 며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뒤 예약전화는 한건도 오지 않았습니다. 당장 이자 내야할 일이 제일 막막하고 걱정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속은 숯검댕이처럼 타 들어가고 두엄과 같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