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9호> 목사들이 설교하는 가운데서...
▨… 목사들이 설교하는 가운데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 또는 예화 중의 하나는 어쩌면 ‘위기는 곧 기회’(A crisis is a chance)라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그 어둠을 깨뜨릴 수 있는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강해지기에 설교자나 청중은 은연 중에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위기가 기회가 되는 일은 우리의 현실에선 하늘의 별따기 수준임에도….
▨… 한자어로 보면 위기(危機)와 기회(機會)는 ‘기’자가 동일하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 때 온몸을 던져 부딪쳐 나가면 오히려 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해석의 근거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영어로 보면 위기(critic)는 곧 비판(critic)이기도 하다. 위기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현실에 대한 깊은 사색이 필요하고 그 현실을 깨뜨릴 수 있는 비판정신의 활성화가 요청된다. 상황에 대한 비판 없는 개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물론, 위기에 놓여 있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함으로써 개선하려고 할 때 우리는 눈 앞의 사실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흠 잡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은 현실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지만 이상을 배제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현실태(現實態)는 언제나 가능태(可能態)에 대립해서만 이해되는 것이었다.
▨… 교단의 상황이 어지러우니 여기저기서 분노한 음성들이 들려 온다. 지난 주간에는 마침내 교단의 평신도들마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평신도단체협의회’란 이름으로 ‘최근 교단의 혼란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견해를 발표하였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교단의 어지러운 현실에 마주서고자 하는 평신도들의 의지가 과소평가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 고대 그리스 입헌민주정치의 기초를 놓았던, 아테네 현인 중 한사람인 솔론의 말을 우리 교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담아야 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하는 사회에서 비로소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평신도들이 교단의 현실을 직시하며, 비판할 때라야 교단은 변화될 수 있다. 교단의 어르신들은 골머리 깨나 썩어야 할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