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교회, 어디까지 왔나” 탈북민교회 현황 보고서 공개

수도권에 80% 몰려…항존직 없는 교회 85% 달해 사례비 없는 교회도 절반 넘는 등 구조적 과제도

2025-11-24     김준수
11월 24일 총신대 신관 콘서트홀에서는 ‘탈북민 목회 20년 평가 및 미래 방향’을 주제로 ‘한반도 통일 기대 선교포럼’이 개최됐다.

탈북민목회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현황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보고서는 탈북민교회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여성 탈북민 전도사 중심의 교회 개척 증가, 열악한 재정 구조 등 탈북민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11월 24일 총신대 신관 콘서트홀에서 ‘탈북민 목회 20년 평가 및 미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반도 통일 기대 선교포럼’에서는 ‘2025 전국 탈북민교회 현황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상인제일교회(예장통합), 새터교회(기감), 새평양순복음교회(기하성), 열방샘교회(예장통합), 주찬양교회(예장합동개혁)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북한 출신 목회자를 통해 66개, 남한 출신 목회자를 통해 32개, 중국 출신 목회자를 통해 1개 교회가 세워졌지만, 2025년 10월 기준으로 24개 교회가 폐쇄된 상태다.

정형신 목사(불씨선교회)는 “탈북민교회 개척 초기는 남한 출신 목회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오다가 2014년 역전되었다”며 “전체 탈북민교회 66%가 북한 출신 목회자들에 의해 개척되었고, 이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이후 설립된 탈북민교회 84%가 북한 출신 목회자들이 주도한 교회 개척이었다. 특히 개척 당시 81%가 전도사였고, 65%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돼 신학교를 졸업한 여성 탈북민 전도사를 통한 교회 개척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교회의 지역 분포는 서울 30개, 경기 21개, 인천 9개 등 총 60개로 전체 80%를 차지해 수도권에 집중됐다. 소속 교단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이 51개로 전체 69%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예장통합 18개, 예장합동 11개, 예장고신 3개, 예장백석 3개, 예장합신 2개, 기타(군소 교단) 14개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감리회 9개, 기성 3개, 기하성 3개, 기침 1개, 나성 1개 등으로 조사됐다.

탈북민교회 중 조직교회로서 평신도 리더십이 세워진 곳은 10개 교회 중 1.5개 교회 수준에 불과했다. ‘탈북민교회 항존직 교인 유무’를 묻는 질문에 ‘없음’으로 답변한 곳이 85%로 조사됐다.

정 목사는 “탈북민교회는 성도들의 신앙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정착, 교육, 취업, 진로, 가정, 상담, 해외 사역 등 전방위적인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는데, 담임목회자 홀로 모든 것을 소화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함께 사랑의 수고를 감당하며 짐을 나눠질 수 있는 동역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탈북민교회 대부분은 상가를 임차해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담임목회자 사례비가 지급되지 않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월 평균수입 또한 200만원에 못 미쳐 사역 지속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예배당 형태는 ‘임대’ 81%, ‘가정’ 3%, ‘자체 예배당’이 16%였다. 교세 현황을 살펴보면, ‘20명 미만’ 36%로 가장 많았으며, ‘40명 미만’ 35%, ‘60명 이상’ 15%, ‘60명 미만’ 14% 순으로 조사됐다.

재정상황도 열악했다. 자체 헌금과 외부 후원금을 포함해 월수입이 200만원 이하인 탈북민교회가 전체 67%(0-100만원 47% + 101-200만원 20%)를 차지했다. 담임목회자의 ‘사례가 없다’는 비율도 52%를 차지했으며, 100만원 이하로 책정한 비율도 ‘1-50만원’ 15%, ‘51-100만원’ 8%로 나타났다.

정 목사는 “대부분의 탈북민 목회자들이 육적인 쉼과 영적인 재충전을 호소하고 있다. 교회 개척 이후 최소 한 달 이상 안식월을 가진 목회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목회자 가정과 자녀들을 위한 체계적임 멤버케어가 뒷받침된다면, 탈북민교회 사역에 보다 풍성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4일 총신대 신관 콘서트홀에서는 ‘탈북민 목회 20년 평가 및 미래 방향’을 주제로 ‘한반도 통일 기대 선교포럼’이 개최됐다.

‘한국교회의 탈북민 목회 현황과 방향 연구’를 주제로 발제한 하광민 교수는 탈북민 성도 70명, 남한 성도 105명, 탈북민 목회자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탈북민목회의 나아갈 방향을 살폈다.

총신대 통일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교회 공동체 소속감’에 대해 ‘더 강해짐’이라고 답한 비율이 44.3%였으며, ‘현재 교회 출석 지속 여부’도 ‘지속 출석 예정’이 97.1%로 조사됐다.

하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교회 출석을 하지 못했을지라도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교회 출석이 늘어났다”며 “탈북민 목회는 코로나를 통해서 시련을 겪었으나 그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계 중심의 하이브리드 목회 모델 구축 △세대별·성별 맞춤형 목회 전략 △교회 유형별 역할 분화와 연계 강화 △탈북민 유입 감소에 따른 목회 전환 △남한 성도와의 진정한 통합 모델 개발 등을 팬데믹 이후 탈북민목회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하 교수는 “탈북민교회는 북한선교의 최전방에서 북한교회 개척이라는 전략을 세우는 한편 실행 전략을 준비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탈북민목회에 대해서 긍휼의 시각이 아니라 동반자의 시각으로 전환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이끌어가면서 북한선교를 위해 전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