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73호)

2025-11-12     한국성결신문

11월 16일은 추수감사주일이다. 추수감사절은 단순히 농사에서 얻은 결실을 감사하는 날에 머무르지 않는다. 씨를 뿌리고 가꾸는 수고는 우리의 몫이지만, 그 결실을 맺게 하시는 분은 철저히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결실의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감사하는 것이 추수감사절의 본질이다.

추수감사절의 의미는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가 지키는 이 절기는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다. 농사든 사업이든 공부든, 혹은 삶의 작은 순간조차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깨달아 감사하는 것이다. 청교도들이 신대륙에서 첫 수확 후 하나님께 올린감사 역시 단순한 곡식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생존과 보호, 그리고 풍성한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었다.

추수감사절은 또한 결실을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동체를 격려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의 수고와 노력의 결실을 나누는 가운데 사회와 공동체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추수감사절의 정신이다. 나아가 감사의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대림절과 성탄절을 기다리는 신앙적 시간으로 이어진다.

추수감사절이 비록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절기는 아니지만, ‘감사’는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자세이자 덕목이므로 교회 공동체가 함께 기념해야 한다. 구약의 유대인이 지켰던 유월절, 맥추절, 초막절은 모두 감사의 절기였으며, 특히 초막절은 출애굽 당시 광야에서 장막에 거하며 수확 예물을 하나님께 드린 데서 비롯되어 추수감사절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추수감사절은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가 첫 수확물을 하나님께 봉헌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린 데서 비롯되었다. 그들의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 오로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돌리려는 태도는 오늘날까지도 추수감사절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도 초기 선교사들을 통해 이 전통을 받아 지금까지 지켜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 물질적 풍요와 산업사회화로 감사의 마음은 개인화되고, 형식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감사란 상황과 조건에 제한되지 않는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라는 신앙적 자세로 하나님께 감사할 때, 성도의 감사는 역사를 낳고 공동체를 세운다.

추수감사절은 우리가 받은 은혜를 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하나님께서 행하하셨음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절기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새롭게 하고, 불만과 미움을 물리치며 건강한 마음을 지켜준다.

또한 감사는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될 때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감사는 풍요의 조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의탁함으로 비롯된다. 초막절이 그러했듯, 감사는 과거의 고난과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며 드려야 한다. 단순히 오늘의 풍요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구원의 은혜에 대한 절대적 감사가 추수감사절의 본질이다.

이제 한 해의 마무리로, 우리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 부족함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은혜 속에서도 감사하는 삶을 실천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축복하신다. 감사가 있는 세상, 감사가 넘치는 삶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감사를 믿음으로 표현하자. 그것이 바로 추수감사절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