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가 일군 교회재산, 후대가 처분하니 문제”

‘교회재산 공공성’ 학술세미나 교인 전체 소유 ‘총유 원칙’ 따라 정관-사무총회 결의로 매각 가능 “예배-전도-이웃 위해 사용돼야”

2025-11-12     황승영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개신교에서 교회 재산 사유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배경에는 ‘총유’ 개념 기반의 교인 공동 소유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회법학회(대표회장 이정익 목사, 학회장 서헌제 교수)는 지난 11월 6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제36회 학술세미나를 열고, 교회 재산 관리와 공공성 확보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교인들이 재산 형성과 기여와 무관하게 총회 결의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구조의 한계와 사유화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날 이정익 목사는 “역사가 오래된 교회들의 재산은 선대의 헌금과 부동산 가치 상승의 결과”라며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현재 교인들이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천주교의 경우 모든 성당과 교회 재산은 교구 법인 소유이며, 개인 신부가 처분할 수 없다. 불교도 대부분 사찰 재산이 종단 소유로, 스님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규율돼 있다.

반면,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는 교인 전체가 교회 재산의 공동 소유주인 총유 원칙 아래 운영된다. 유지재단이나 신탁에 재산을 맡기더라도, 법적으로 교인 총회 결의가 최종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아 재산 활용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도 신탁을 통한 재산 보호가 교인 총회 결의에 의해 무력화된 사례가 확인된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 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진행하며, “최근 교회 분열과 합병 과정에서 교인들이 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거나 담임목사직을 사실상 사고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총유 재산은 교회 정관과 총회 결의에 따라 교인들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교회 분열 시 교인 수에 비례해 재산을 나누는 방안이 현실적 해결책”이라며 “재산 몰아주기 방식이나 교단 잔류 측에 재산을 집중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2/3 다수결 기준이 현실적 적용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상용 교수는 교회 재산 총유 형태를 ‘지교회 명의 등기’와 ‘유지재단 명의신탁’으로 나눠 설명하고, 관리·처분 권한과 사용·수익 권한을 구분했다. 그는 “교회가 부담한 채무에는 교인들의 개인 책임이 없으며, 분쟁 발생 시 소송보다는 화해·조정·중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송삼용 목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례를 소개하며, “교회 재산은 사적 소유가 아닌 공적 신탁재산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법과 신앙은 공공성을 보존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환 변호사는 “이번 세미나는 교회 재산의 법적 귀속 문제에 대한 실무적 대안을 제시하고, 법과 신앙의 조화로운 관계를 성찰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정익 목사는 개회예배 설교에서 “교회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나아가 ‘하나님의 것’”이라며 “예배와 복음 전파, 이웃 사랑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