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사무총장 인선, ‘순번제’ 논란 속 결론 못 내
김종혁 대표회장 “합동→통합 순서상 타당” 이영훈 목사 “차기 대표회장 몫 존중해야” 교단 순번제와 인사권 해석 두고 이견 오는 25일 상임회장회의서 최종 결정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지난 11월 7일 한교총 회의실에서 사무총장 및 법인 사무총장 인선 문제를 논의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최종 결정을 차기 회의로 미뤘다.
이날 상임회장회의에서는 예장통합 교단 인사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하고, 현 법인 사무총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안이 보고됐다. 그러나 이른바 ‘순번제’ 인선 논리가 다시 작동했다는 점에서 공적 기구의 사유화와 관행적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한교총 설립 초기 사무총장은 예장합동 교단 출신이 맡았고, 이후 한 차례 연임해 8년간 봉사했다”며 “한교총 창립 당시 합동과 통합이 함께 참여했으므로 순서상 이번에는 통합 교단이 맡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 측 인사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되어 대표회장단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며 “법인 사무총장은 순복음 교단 출신이 임기를 마쳤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만큼 한 차례 연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대표회장은 또 “대정부 협의와 예산 확보 등 여러 현안이 진행 중이므로 경험이 있는 현 사무총장이 일정 부분 계속 봉사할 수 있도록 직제를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예장통합은 이미 지난 11월 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철훈 목사(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를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발표했다. 당시 예장통합은 “김철훈 목사가 교단과 한국교회를 대표해 연합운동의 일치와 공공성을 강화하며, 복음적 책임과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적임자”라며 “교단의 경계를 넘어 협력과 섬김의 연합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김영걸 목사(직전 예장통합 총회장)는 “한교총을 잘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통합과 합동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준비된 인물을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미 교단 내부에서 김철훈 목사로 결론을 낸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이영훈 목사(기하성 대표총회장)는 현 회기에서 인선을 확정하는 것은 차기 리더십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그는 “차기 대표회장이 일할 사람을 현 회기에서 미리 확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추천은 가능하지만, 결정은 차기 대표회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 대표회장이 함께 일할 동역자를 세울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결정해 놓고 ‘이 사람과 일하라’고 넘겨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교총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임된 김정석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은 “각 교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자”며 오는 11월 25일 상임회장회의에서 사무총장과 법인 사무총장 인선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