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69호)멀리 걸어가고 계신 선배 목사님께
▨… 멀리 걸어가고 계신 선배 목사님께 메일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용기를 내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아마도 1991년도부터였을 것입니다. 이곳저곳에서 목사님의 글을 대하면서 진지하게 목회의 길을 걸어가고 계시는 모습에 자주 도전받으며 또 그 때문에 제 삶의 자세를 다시금 고쳐가곤 했었습니다(2004.11). 은퇴 후 서재를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받았던 이런 편지를 발견한 원로 목사. 자신의 삶을 다시 회초리삼는 마음을 용서하시라.
▨… 오늘도 저는 잡지에 실린 목사님의 글을 읽고 진한 감동 아래 서 있습니다. 부목사를 비롯한 동역자들에 대한 목사님의 애틋한 마음으로 인해 제 마음의 상처들에 대한 치유를 경험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리라는 선한 마음을 품어봅니다. 한평생 목회의 길을 걸어 은퇴한 이는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새삼 부끄러웠다는데.
▨… 이렇게 글을 띄우는 것은 존경할만한 어른이나 선배를 무던히도 목말라하면서, 잠시 목사님의 글을 대하며 존경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행복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때로 자신이 원치 않는 모습으로 변하려고 하는 제 삶 또한 가끔 만나는 목사님의 글에서 받는 잔잔한 도전이 생수와 같아 다시금 제자리를 찾곤 합니다. 은퇴자의 글과 삶에 감동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읽는 이의 심성과 삶이 고운 때문이리라.
▨… 쉽지 않은 일에 오늘 큰 용기를 낸 것은, 오늘도 목사님께서 잔잔히 걸어가시는 목회의 길을 바라보고 배우며, 또 영향을 받는 후배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한마음으로 그 길을 달려가 주시기를 바라며 또 그 삶을 통해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은퇴자는 깨달았다고 한다. 이렇게 바라보는 이의 눈길이 외려 나에게 격려가 되고 흐트러지는 자신을 가다듬는 두려움이 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 김구 선생이 좌우명을 삼아 애송했다는 한시 답설야(踏雪野)-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뒤따르는 이의 길이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는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살피며 꾸짖는 경계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