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일교회 윤성원 목사 은퇴 기념 대담

“은혜의 강물이 이땅 모든 공동체로 흘러가기를”

2025-10-01     황승영

22년간 삼성제일교회를 섬기며 ‘행복한 가정, 건강한 교회, 정직한 사회’를 비전으로 목회해 온 청강(淸江) 윤성원 목사가 은퇴와 함께 회고록 『흐르는 강물처럼』을 출간했다. 독립운동가 집안의 신앙 전통 속에서 자라, 군목과 개척교회를 거쳐 교단 총회장을 역임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마치 한 줄기 강물이 굽이치며 넓은 바다로 흘러가듯 은혜의 발자취를 남겼다. 은퇴를 앞둔 윤 목사를 만나 목회와 삶,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은퇴를 앞두고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은퇴를 앞두니까 목소리까지 쉴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잘 내려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후련하고 편안합니다. 다만 무거운 짐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떠난다는 점에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47년간의 사역을 돌아보며 어떤 감회가 드십니까?
부족한 사람을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47년, 그중 22년은 삼성제일교회에서 사역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적절합니다. 제 여정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의 강물 위에 흘러온 삶이었습니다. 제 계획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와 성도들을 먼저 생각하며 목회했고, 그 과정에서 성도들의 가정이 회복되고 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격이었습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올해 교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상징적인 해에 목회를 마무리하면 교회도, 저도 좋겠다 싶었지요. 사실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이 시점쯤 정리하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신문에는 조기 은퇴라고 나왔지만 제 마음으로는 정년을 채운 셈입니다.

목회 여정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영적 경험이나 말씀은 무엇이었습니까?
묵상 중 마태복음 3장 17절,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말씀은 제 목회의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그 말씀 앞에서 종의 자리에서 아들의 자리로 옮겨가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이후 제 목회는 종의 목회에서 아들의 목회로, 의무에서 기쁨으로, 억지에서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목회 중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전통 교회 안에서 성도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물이 바위를 돌아가듯 기도와 인내로 기다릴 때 결국 길이 열렸습니다. 갈등과 풍랑 속에서도 기도로 길을 찾고, 인내로 사역을 이어갔습니다.

설교자로서 ‘한 책의 사람’을 목표로 삼으셨는데요.
저는 성결교회 목사로서 존 웨슬리처럼 늘 ‘한 책의 사람’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사람의 말이나 세상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를 위해 10여 종의 한글 번역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말씀을 오늘의 언어로, 현대인의 상처와 갈망 속으로 풀어내려 힘썼습니다.

제112년차 총회장으로서 교단을 섬기며 가장 보람되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성결교회”라는 표어 아래 정책지침서를 발표하고, 하루 하루 충실하게 사역을 감당한 것이 큰 감사였습니다. 동시에 수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헌신된 동역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한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은혜였습니다.

대개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공백이 생기곤 하는데, ‘동역의 기간’을 두고 준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교회는 자랑스러운 전통과 성숙하고 품격있는 평신도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리더십 이양이 이루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공백이 아닌 연속을 택한 것은 은혜롭고 행복한 교회로 계속해서 성장하기를 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후임 목사 유대영 목사는 어떤 분입니까?
10년 전부터 우리 교회 부사역자로 함께했는데 지금까지 변함이 없어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겸손하고, 성도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분입니다. 평신도 리더들이 원하던 ‘아버지 같은 목회자’에 가장 부합하는 분이라 든든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사역 계승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제가 부임했을 때 리더십 이양이 원활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산상기도회와 안수기도를 통해 영적 리더십을 계승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역 계승 예배에서는 같은 본문을 가지고 제가 전반부, 후임 목사님이 후반부를 설교했으며, 스톨을 인계하는 세레모니도 했습니다. 같은 본문으로 설교하는 장면은 교회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은퇴 후 교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계십니까?
‘영적 젖떼기 기간’을 최소 1년으로 정하고 성도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예배 후엔 바로 귀가하고, 원로실에도 정해진 시간에만 머물며 그때 찾아오는 신자만 만납니다. 성도들도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후임 목사와 장로님들께 당부하신 말씀이 있다면요?
후임 목사님께는 조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다음 세대를 향한 비전을 왕성하게 펼쳐 교회를 지역의 등불로 세워가길 바랍니다. 장로님들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불화 없이 의견을 조율하는 전통을 이어가길 당부합니다. 늦게 가더라도 함께 가자는 정신이 교회의 건강한 힘입니다.

사모님과 가족의 헌신은 목회에 어떤 의미였습니까?
제 목회는 아내의 기도와 희생, 자녀들의 협력과 동역 위에 세워졌습니다. 가족은 동역자이자 은혜의 동반자였습니다. 제 이름 앞에 ‘우리’를 붙이고 싶을 만큼 늘 고마웠습니다.

은퇴 후 계획과 후배 목회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이제 한 걸음 물러서 큰 바다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존 웨슬리의 ‘창의적 종합’ 정신을 기억하길 당부합니다. 균형과 성결 속에서 성결교회가 한국교회의 중심에서 균형추 역할을 감당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강물은 멈추지 않고 바다를 향해 흐릅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강물이 한국교회와 성결교회를 넘어 이 땅 모든 공동체 속으로 흘러가길 소망합니다. 후배 목회자들도 은혜의 강물에 몸을 실어 믿음의 여정을 이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