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교회에 준비된 목회자 온다
건강한 ‘담임목사 청빙’의 조건 교회는 목회자를 존중하고 목회자는 영적 리더십 필요 결국 공동체 미래 고민 과정
담임목사 청빙은 미래 비전을 결정짓는 중대한 결정이다. 하지만 많은 교회가 목회자 공백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인선을 진행하거나 인선 이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한 담임목사 청빙에 대해 짚어본다.
지방의 한 교회는 몇 년 전 담임목사를 청빙하면서 특별한 기도회를 열었다. 새 담임목사와 청빙위원회, 교회를 위한 기도는 물론이고, 타 교회로 떠나는 전임 목사와 그가 부임할 교회를 위해서도 함께 기도한 것이다.
이 교회에 부임한 A 목사는 “외국에서 사역하다 귀국했는데 청빙위원들과 성도들이 인천공항까지 마중 나온 것을 보고 담임목사에 대한 기대와 존중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전임 목사와 저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는 말을 듣고, 교회가 얼마나 진지하게 청빙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교회는 A 목사 부임 후 교육관을 신축하고 매월 연합집회를 여는 등 다음세대 사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역사와 규모를 가진 또 다른 교회는 지난 수십 년간 10여 명의 담임목사가 거쳐 갔다. 길게는 15년 이상 사역한 목회자도 있었지만, 대체로 4-5년 안팎의 짧은 사역을 반복해왔다.
이에 대해 한 중진 목회자는 “모든 교회가 신중하게 담임목사를 청빙하겠지만 담임목사가 자주 교체된다는 것은 교회 내부에 구조적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역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회 중직자들의 리더십과 운영 방식, 공동체 문화 등 전반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모든 지원자들을 공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일정한 기준으로 투명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를 치리목사와 청빙위원들이 서로 점검해야 한다”며 “청빙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고 교회 분열의 씨앗이 된다”고 부연했다.
목회자들은 건강한 담임목사 청빙을 위해서는 교회와 전임 목회자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전임 목회자들을 어떻게 청빙하고 떠나보냈는지를 보면 그 교회만의 특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에서 서울로 목회지를 옮긴 한 담임목사도 “떠나는 입장과 부임하는 입장을 모두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리더십 이양과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이유는 전임 목회자의 은퇴나 이임 등 다양할 수 있지만, 성도들이 목회자를 존중하고 목회자도 성도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자신의 뒤를 이어 사역할 후임 목회자 청빙과 이후 사역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와 일정 기간 함께 사역하는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 ‘동사목사’ 제도를 활용하는 교회들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신선하고 일부 교회에서는 성공적인 리더십 교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녹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동사목사로 부임했지만 아직 리더십이 제대로 이양되지 않았고, 교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사목사로 청빙된 한 목회자는 담임목사와 교회, 지방회의 갈등에 고민 중이다. 교회와 담임목사의 갈등에 지방회까지 개입하면서 동사목사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결국 전임 목사와 교회의 관계가 동사목사의 향후 거취와 사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 치리목사는 “담임목사 청빙 공고에 최소 수십 통, 많게는 수백 통의 이력서가 몰리는 것이 현실이지만, 청빙은 단순히 좋은 목회자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교회가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오랫동안 좋은 동역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모시고자 하는 목회자의 상이 분명하고, 목회자는 성품적으로나 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준비된 교회가 준비된 목회자를 청빙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