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오게 하는 목회, 넷플릭스도 반했다
고양 달빛교회 최현 목사의 실험 코로나 큰 위기에 ‘제2의 개척’ 창의적-도발적 아이디어 눈길 청년중심 공동체 지향해 성공 릴스 보고 OTT 출연 제의도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언가 하면 반드시 일이 벌어진다.”
일산 탄현동 달빛교회(구 일산증가교회) 최현 목사가 자신의 목회를 요약하며 내놓은 말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성도 두 명만 남은 교회를 맡아 사실상 재개척을 시작했을 때, 최 목사는 오히려 담대하게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도전해 보자”는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현재 한국교회 담론의 최전선인 ‘교회 브랜딩’과 맞닿아 있다.
증가교회(백운주 목사) 지교회로 출발했던 일산증가교회는 최 목사 부임 5년차를 맞아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고 최근 교회 이름을 달빛교회로 바꿨다. ‘예수님의 달빛처럼 어둠을 밝히는 교회’라는 신학적 의미에 ‘젊고 재미있는 교회, 끊임없이 도전하는 교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했다.
이런 달빛교회의 정신은 교회 로고부터 여권 형식의 전도지, 인테리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팜플렛 하나에도 “우리 교회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자”는 원칙을 적용했다. 단순한 외형적 변화를 넘어 교회가 청년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현재 달빛교회는 약 50명 성도들이 함께 예배드리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2030대 청년들이다.
재미있고 도전하는 교회
달빛교회 사역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재미와 행복’이다. 건빵 속 별사탕처럼 예수님이 빠진 인생을 이야기하는 건빵전도, ‘월리를 찾아라’를 패러디한 예수를 찾아라 전도, 겨울에 호빵을 나눠주며 ‘앙꼬 없는 호빵은 예수님 없는 성탄절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호빵전도, 서울신대 앞에서 운영했던 카페 정담까지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다.
이에 대해 최현 목사는 “청년들은 행복을 찾아 교회에 온다. 무엇보다 행복해야 예수님을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달빛교회는 무엇을 하든 재미있고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험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1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하면, 지금까지 누적 조회 수만 150만 회를 넘어섰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의 90%가 SNS를 통해 달빛교회를 알게 되었을 정도다.
급기야 넷플릭스 예능 제작진이 교회에 연락을 했다. “교회 릴스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 연락했다”며 제작 중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섭외 요청이었다. 교회의 존재감이 이제는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에서도 각인되는 시대, 달빛교회는 ‘재미있다’는 이유로 주목받는 드문 교회가 됐다.
달빛교회의 색깔은 최 목사의 설교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매년 한 해의 연간 주제를 정해 가장 큰 화두로 삼고, 해당 주제를 7-8편의 설교 시리즈로 풀어낸다. 주일예배의 말씀을 통해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복적으로 심어주고, 매주 토요일 전도와 버스킹, 제자훈련을 비롯해 찬양팀 사역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결국 설교는 한 해의 주제와 맞물려 청년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설계된다.
최 목사는 “똑같은 예배라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성도들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며 “새로운 의미, 새로운 도전, 새로운 결단을 심어주기 위해 설교에 가장 많은 정성을 쏟는다. 우리 교회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설교’”라고 강조했다.
부흥키워드에서도 통한 목회
최현 목사의 이런 목회 철학은 올해 총회 국내선교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주관한 ‘찾아가는 성결교회 부흥키워드’ 강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청년세대를 ‘미닝질(Meaning+Zeal) 세대’라 정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열정을 쏟습니다. 헌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교회에서 의미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교회는 청년에게 의미와 비전을 팔아야 합니다.”
또한 최 목사는 “브랜딩은 마케팅이 아니다”라며 “마케팅은 ‘이거 좋으니 사라’는 것이고, 브랜딩은 ‘스스로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청년이 다니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전도박람회에서도 전도부스를 통해 달빛교회의 전도 노하우를 공유하며 참가자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 목사의 주장은 최근 ‘5무 교회’ 담론과 맞물려 한국교회 안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즉 브랜딩은 교회의 본질을 흔드는 게 아니라 본질을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최근 발간된 황인권 대표의 『5무 교회가 온다』는 십자가·새벽예배·성경공부·구역·장로가 없는 교회를 통해 ‘리브랜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달빛교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담론은 이미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5무 교회’라는 개념이 화제가 되기 전부터 달빛교회는 이미 브랜딩 교회로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브랜딩은 복음의 적이 아니다”
최현 목사는 “모든 교회는 이미 브랜딩되어 있다. 이름이 있고, 목회자의 철학이 드러나고, 전도지가 있다”며 “문제는 그것이 명확하고 매력적인가, 아니면 모호하고 지루한가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작진이 “재미있어 보여서 연락했다”는 일화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오늘날 청년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교회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정의해야 하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신호다.
최 목사는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청년세대와 대화하기 위한 언어다. 복음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