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고난 속에도 감사 열매 탁순자 권사(줄포중앙교회)
“5억 빚더미에도 찬양은 떠나지 않았죠” 사업실패와 아이 잃는 고통에도 신앙 부여잡고 하나씩 극복해 “고통 속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언제나 함께 계셨다”
전북 고창군에서 태어난 소녀는 평생 교회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17살 꽃다운 나이에 처음 교회에 출석했고 밥을 안 먹어도 행복했다. 20대 초반 고향에 돌아온 그녀는 ‘예수만 아는 청년’과 결혼하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그의 앞에는 오히려 고난이라는 오랜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68세가 된 탁순자 권사(줄포중앙교회‧사진)의 이야기다.
어릴 적 그의 기억 속 어머니의 모습은 일 년에 한 번씩 점 치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북을 두드리며 무엇인가를 읽는 것이었다. 탁 권사는 “무당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매년 제사 비슷한 것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런 환경에도 이상하게 교회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고 교회 가는 것을 간절히 바랬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가 어렸을 때는 토속신앙이 횡횡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탁 권사의 마음에는 늘 교회가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가 궁금해 여호와의 증인들이 나눠주던 ‘깨어라 파수꾼’ 등 이단 전도지도 열심히 읽었다.
그런 탁 권사가 소원을 이룬 것은 17살, 취업을 위해 경기도 안양으로 간 후였다. 그는 “난생처음 교회에 갔는데 은혜가 있었고, 교회에만 가면 마음이 기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며 “친정 엄마도 ‘네가 교회를 다니니깐 떨어져 살아도 마음이 놓인다’고 하실 정도로 집에서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탁 권사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힘든 농사일이 싫어 도망치다시피 상경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하나님을 믿고 보니 그렇게 힘들었던 농사일도 즐거웠고 가족 구원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했다. 행복만 가득할 것만 같았던 그의 삶이 바뀐 것은 결혼 후였다. 시골에서 가난해도 너무 가난했던 시댁 환경이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첫 아이를 다섯 살 때 잃게 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신앙은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아무리 살림이 힘들어도 교회 출석은 빠지지 않았고 주머니에 돈이 있는 한 헌금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살면 살림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빚은 늘어났다. 지인의 목장을 물려받았지만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1990년대 8,000만원의 빚을 안게 된 것이다.
“새벽마다 하나님께 저를 데려가시라고 통곡하며 울었어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살 생각도 했지만 천국 못 갈까 봐 시도도 못했답니다.”
이후 빚이 약 5억원으로 늘어나자 파산 신청을 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그렇지만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럴 수도 없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 탁 권사는 우직하게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매일 성실하게 일했고 조금씩 살림은 나아졌다.
매일 찾아오던 빚쟁이들에게는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데 열심히 일해서 갚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치열하게 산 결과 거짓말처럼 모든 빚을 갚았다.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신앙이었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한 게 덕’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열심이 이뤄낸 결과였다.
말도 못할 고생의 연속이었을 법하지만 탁 권사는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은 안 주신다고 할 때 믿지 못했다”며 “지나고 보니 나는 어떤 것도 감당하지 못하는데 하나님이 감당하게 하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20대의 젊은 새댁이었던 탁순자 권사는 어느덧 칠순을 앞둔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이전보다 더 젊게 살고 있다. 벌써 40년째 찬양대원으로 봉사 중이고 기도의 선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말씀을 깊이 알고 싶어 성경 필사도 계획 중이다.
탁순자 권사는 “예전에는 내가 하나님 앞에 순종하지 못하고 나 때문에 우리 가정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사탄은 그 부분을 집요하게 지적하며 괴롭히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더라”며 “누군가 지금 깊은 아픔과 역경에 있다면 하나님은 결코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고난 가운데 함께하신다는 것을 저를 통해 아셨으면 한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