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균 교수의 십자가 밑에서(1463호)

요단강과 죄 사함의 세례 과거의 삶과 단절하고 도우심 구하며 새로운 삶의 출발 간구하는 회개 필요

2025-08-20     하도균 교수(서울신대 전도학)

세례 요한은 사람들에게 죄 사함과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고 그 세례를 집행함으로 예수의 길을 예비했습니다. 그런데 구약에는 세례가 없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구약의 마지막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요?

구약에는 직접적인 세례 예식은 없었지만, 세례를 예표할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미크바라는 정결 예식입니다. 

이것은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가기 전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은 사례와 이스라엘이 부정한 상태에서 몸을 물로 씻어 정결하게 하는 사례들에서 발전한 것으로서 구약 후대에서는 미크바라는 목욕탕을 만들어서 몸 전체를 물에 잠기게 하는 정결 의식을 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볼 때 구약의 미크바라가 거룩한 하나님 앞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였다면, 신약의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연합하여 죄 사함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중간 역할을 세례 요한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세례 요한은 왜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풀었을까요? 요단강은 이스라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강입니다. 특별히 이스라엘은 40년 광야 생활을 마감하고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섰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능력과 기적으로 그 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요단강은 경계선의 의미를 가집니다. 광야, 즉 세상과 약속의 땅의 경계선이지요. 

또한 구약 열왕기하 5장에 보면, 아람 왕의 군대 장관이었던 나아만 장군이 나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집에 있는 작은 여종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의 엘리사에게 가서 낫기를 간청하였습니다. 그때 엘리사는 집 밖으로 나와보지도 않고 요단강에 나가 일곱 번 몸을 물에 담그라고 말하였습니다. 

요단강은 이미 언급한데로 경계선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강입니다. 그 강을 건너면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지금 나아만 장군은 나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병은 창조주이신 하나님만이 고치시고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온전히 내려놓고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굴복하여야 합니다. 전적인 간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나아만은 엘리사의 능력으로 고침받기 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엘리사는 교만하고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찾아온 나아만이 살 수 있는 길은 온전히 창조주 하나님께 굴복하는 길밖에 없음을 가르쳐주기 위하여, 그 의지와 교만을 꺾고 하나님께 굴복시키기 위하여 요단강에 일곱 번 들어갔다가 나오라고 한 것입니다. 

요단강을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것은 세상의 경계선을 넘어 옛것을 포기하고 하나님이 계획하신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들어가기를 원한다는 표시이고, 일곱 번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것은 온전히 굴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은 이러한 사실을 염두해 두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말라기 선지자 이후 약 400년간 하나님의 계시가 없어서 암흑의 시간을 보내었던 이스라엘이, 로마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주권을 잃은 이스라엘이,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회복될 수 없는 이스라엘이, 다시 회복되기 위해서는 나병이 걸린 나아만 장군이 요단강에서 일곱 번 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과 같은 결단과 자세가 없다면 소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아직 세례라는 예식은 없었지만, 신약의 세례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절충시켜 온몸으로 외쳤던 것입니다. 결국 그 외침에 반응하는 자들이 생겨났고, 반응하는 자들은 회개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기대하였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어려움이 이와 같지는 않을까요?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념적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분열과 각자의 길이 옳다고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찬 교회의 모습을 봅니다. 

이제 다시 이러한 모습이 회복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본연의 모습대로 돌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요단강에서의 회개’ 즉, 이전 삶을 회개하고 단절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전적으로 굴복하여 새로운 삶의 출발을 간구하는 회개의 세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힘으로 고칠 수 없었던 나아만 장군의 나병도 요단강에서 고치신 하나님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요단강에만 들어가면, 일곱 번 들어가면, 고치시고 회복해주시지 않을까요? 

세례 요한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