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62호)
광복 80주년, 한국교회의 과제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복은 우리에게 자유와 희망을 안겨준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고, 곧이어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은 분단이라는 새로운 고통을 맞이하게 되었다. 1948년 남북에 각각 정부가 수립되며 정치적 분단이 고착화되었고, 이후 수십 년간 우리는 ‘완전한 광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살아왔다.
광복은 단지 국권 회복의 의미를 넘어, 민족 공동체가 하나 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남북 간의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고 있으며, 민족 내부의 이념적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민족의 아픔을 직시하고,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찍이 ‘화해와 일치’를 복음적 사명으로 삼아 왔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교회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고,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에도 앞장서왔다.
특히 이산가족, 북향민, 탈북민 등 분단의 직접적 피해자들을 향한 돌봄과 연대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다. 진정한 화해는 대화와 용서에서 비롯된다.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듯이, 교회는 남과 북 모두를 ‘우리 민족’으로 끌어안는 포용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와 남북 대화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특히 기독교계—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교회는 단순한 방법적 해법을 넘어, 이념과 체제의 대립을 초월하는 복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문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민간 차원의 접촉을 확대하는 데 있어 교회의 사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광복 80주년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민족의 정체성과 신념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겪으며 민족의 정체성을 세우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은 지대했다. 197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도 교회는 국민의 신념을 지키고 자유와 정의를 외쳤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는 우리 선조들이 기초를 닦아 놓았던 민족의 정체성과 신념을 확고히 하는 일에 소홀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신념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교회는 이런 갈등과 대립을 화해시키고 통합하는 일에 미흡했다. 이제는 교회가 다시금 민족의 중심에 서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하고,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제 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를 넘어 ‘행동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민족의 아픔과 분단의 현실에 침묵하지 않으며, 평화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하나님 사랑 안에서 북한의 형제를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민족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하며, 분단 80년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랑과 실천의 길을 열어야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교회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민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