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균 교수의 십자가 밑에서(1460호)

예수의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버지가 계신 곳이 우리가 안식할 수 있는 곳 그러나 그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좁고 험해

2025-07-30     하도균 교수(서울신대 전도학)

예수의 길은 특별한 사람만 걷는 길이 아닙니다. 깊이 있게 헌신한 사람만 걷는 길도 아닙니다. 예수의 길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이 길의 여정을 걸어가다가 우리의 신앙과 삶이 더 깊이 있게 변화되고 예수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길이 어떠한 길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예수의 길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가야 할 길일까요? 

먼저, 예수의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아버지가 계신 곳이 우리가 거할 집이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보면, 일명 ‘탕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어느 부자집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에서 자신의 몫을 챙겨 집을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얼마가 못되어 돈은 떨어지고, 친구도 떠나가고, 병들고, 돼지들이 먹는 쥐엄 열매를 먹으며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할 정도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집을 떠올리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비유지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아버지를 떠난 자는 모두 집으로 가는 길을 잃은 자입니다. 아버지를 떠나서는 참된 만족이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결국 “네가 잃어버린 집으로 함께 가자”라고 손 내밀어 이끄는 것과 같습니다. 안식할 집이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 해도 진정한 평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는 ‘영원’이라는 아버지 집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께서는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집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집을 줄 거야. 그리고 내가 너희의 보호처가 되고 안식처가 될 거야. 내가 어미 새처럼 날개로 너희를 품어 보호할 거야.” 이 모든 말씀은 ‘집’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주 날개 밑’이란 개념도 안전하고 평안한 집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이 세상의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주시기 위하여 오셨고, 그것을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갈 자격을 얻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기 전, 제자들을 모아 놓고 고별 설교를 하실 때 처음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요 14:1-2).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를 직접적으로 그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시기 위한 길임을 말씀해 주시는 이야기입니다. 

또, 요한복음 1장 14절을 보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라는 구절에서도 집의 개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거하시매”라는 원어를 번역하면 “장막을 치시매”라는 의미입니다. 즉, 성육신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임시 거처로 당신의 집을 마련해 주신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집은 아버지의 집에 있지만, 그 아들이 오셔서 집 없이 방황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임시 안식처를 만드시고, 우리를 초청하시며 교제하시고, 우리가 가야 할 궁극적인 집을 제시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힘들까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셨다면 곧바로 천국으로 데려가시지, 왜 아버지 계신 집으로 가는 길이 뺑뺑 도는 것 같고 힘들게 느껴질까요? 우리의 연약함도 아시면서, 곧바로 데려가지 않고, 우리를 이 아픈 세상의 한복판에 두시면서 “같이 가자”고 하시는 걸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형상과 모습대로 지어진 우리를 회복시키시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예수의 길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예수의 길은 좁은 길입니다. 예수님 손잡고 가는 길입니다. 예수의 길을 걸어가도 눈물이 있고, 넘어질 수 있으며,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손만 놓지 않는다면 끝까지 승리할 수 있는 길입니다. “예수의 길로 들어섰으니 하나님이 책임지시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책임져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책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을 걸으며 눈물과 아픔과 고통 속에서 아무리 주님을 불러도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못 왔나, 이 길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때도 있습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의 길로만 들어서면 모든 것이 형통하겠지”라고 생각하면 또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예수의 길을 걸으면서도 나의 연약함으로 힘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사사건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손을 꼭 잡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예수님 손 붙잡고 한 걸음씩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