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59호)
광복 80주년, 복음통일로 완성하자
올해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며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역사의 경계에 서 있다. 해방은 완전한 독립을 뜻하지 못했고, 분단은 지금껏 민족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 여파는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이 뿌리 깊은 분열과 증오의 시대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남북의 긴장, 사회의 이념적 대립, 정치적 갈등은 분단 80년의 잔재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분열을 넘어서려는 첫걸음은 바로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이며, 이는 복음에서 비롯된다. 희망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화해를 이루는 실천의 동력이다.
오늘날의 평화는 서로를 돌보는 일상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광장보다 가정에서, SNS보다 침묵의 기도에서 평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부활 신앙 안에서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원수까지 품으신 사랑은 오늘 우리가 증오와 분열을 넘어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복음은 단지 말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화해의 능력이다. 교회는 이 시대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먼저 내딛는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오는 8월 15일, 7개 북한선교 연합기관이 공동으로 ‘통일선교 연합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는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 당시 4개 단체가 연합해 진행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행사로, 통일선교 사역의 과거·현재·미래를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다. 특히 이번 콘퍼런스는 단체 간의 연합을 넘어, 교단 간 협력과 공동 비전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콘퍼런스는 ‘통일선교연합 사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진행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통일선교의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과거의 사역을 돌아보고, 현재의 환경을 진단하며, 미래의 복음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이 자리는 한국교회 전체가 통일선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연합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통일을 먼 미래의 과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정서적 통일의 디딤돌이 되어야 하며, 사랑과 연합의 정신으로 남북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전 세계 17개국의 선교사들이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국내에 거주 중인 약 3만 명의 탈북민 중 1만여 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은 복음통일의 씨앗이 이미 심겨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내의 이념 갈등과 통일에 대한 관심 저하라는 현실적 장애물 앞에서, 교회는 더욱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통일은 정치의 영역이지만, 복음의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념을 초월한 사랑과 섬김의 자세로 북한을 품고,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동시에 북한을 위한 기도와 선교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광복 80주년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이 아니라, 복음통일이라는 완성된 광복을 향해 나아가야 할 영적 이정표다. 교회는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화해와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