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모시기, 회사 면접 같아 옥에 티”
늘어난 공개청빙, 고민도 늘어 수십명 지원자 검토시간 부족 “목회자끼리 경쟁 유도” 우려도 과거 일반적이었던 ‘추천 방식’ “신중하게 자격 검토” 긍정론도
담임목사 청빙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청빙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용하고 신중한 청빙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공개 청빙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향후 교회의 사역과 비전을 이끄는 목회자를 모신다’는 청빙의 원래 정신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본 기사는 최근 진행된 담임목사 청빙 사례를 되짚어보고 교회가 기억해야 할 청빙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A 목사는 몇 해 전 지방의 한 중형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당시 당회는 후임 목사 후보 추천을 전임 목사에게 일임했고, 그가 추천한 A 목사의 청빙 건은 별다른 이견 없이 청빙위원회와 사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력서 제출이나 설교 시연 같은 과정도 없었다. A 목사는 “만약 청빙 과정에서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면접, 설교 시연 등의 과정이 있었다면 청빙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고, 지원할 이유도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목사는 본지에 게재된 청빙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경우다.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 설교 시연 등의 과정을 거쳤고 담임목사로 최종 선임되었다. B 목사는 “청빙 공고를 보고 교회에서 원하는 목회자의 기준을 알게 되었고 면접 등을 거치면서 청빙위원회가 많이 기도하고 준비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나씩 청빙 절차를 밟으면서 교회와 나의 사역과 비전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A 목사와 B 목사의 경우처럼 담임목사 청빙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직분자들로 구성된 청빙위원회가 비공개적으로 대상자를 찾고 개별 접촉 후 사무총회에서 추인을 받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신중하게 목회자를 모신다’는 청빙의 원래 의미를 살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동시에 폐쇄성과 소수의견 중심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교회에서는 청빙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가 사무총회에서 탈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교단지나 교단 홈페이지,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청빙 공고를 게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정한 기준에 맞춰 이력서를 제출하고, 청빙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본 교회에서의 설교 시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공개 청빙은 목회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교회에서도 다양한 후보들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과 배경이 다른 후보자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영성과 비전을 기대하는 교회에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목회자가 ‘경쟁의 대상’이 되거나 서류 중심의 평가가 목회자의 자질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현장 목회자와 청빙위원들은 변하고 있는 담임목사 청빙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교회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청빙의 방식은 바뀔 수 있지만 청빙의 원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치리목사는 목회자 추천에서 공개 청빙으로 바뀌는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청빙위원회에 먼저 목회자를 추천받을 것을 제안했지만 여러 이유로 공개 청빙으로 결정했다”며 “(공개 청빙은) 청빙하는 교회와 지원하는 후보자, 그분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한 교회에 수십 명의 목회자가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일주일 만에 최종 후보군을 결정한다고 들었다”며 “10여 가지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고 설교 동영상까지 확인하기에도 빡빡한 시간인데 교회에서 원하는 청빙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교인들에 의해 진행되는 추천보다 공개 청빙이 더 합리적이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의 한 부목사는 “공개 청빙이 우리 같은 부목사들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목회자끼리의 경쟁을 유도하고, 성도들에게 목회자가 교회를 선택한다는 인식을 심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있다”며 “추천이나 공개 모집 등의 방법에 대한 문제 보다는 교회가 목회자에게 어떤 사역을 기대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신중하게 지원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빙위원장은 “어느 교회든지 좋은 목회자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똑같겠지만 각 교회에서 원하는 방법이나 방향성은 모두 다를 것 같다”며 “청빙위원회 구성부터 목회자 청빙까지 좋은 사례가 있다면 교단 차원에서 공유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담임목사 청빙은 오랜 시간 동안 교회에서 꼭 필요한 절차였다. 청빙 방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담임목사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청빙은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다. 교회 공동체의 신앙 정체성을 세우고 향후 10년이나 20년 이상의 방향을 좌우할 중대한 결정이다.
그렇기에 추천이든, 공개 모집이든 어느 한 방식을 고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어떤 목회자를 원하고, 어떤 사역을 기대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이 청빙 절차에도 투명하고 정직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담임목사 청빙이 미래를 세우고 공동체의 성숙을 도모하는 과정임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