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59호)“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2025-07-16     한국성결신문

▨… “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존 웨슬리의 이말은 선조들이 물려준 인격과 신앙의 유산 등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존중한다는 고백이리라. 웨슬리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E.H.Carr 1961) 이전에 이미 과거와 현재, 너와 나, 경험과 지식 등을 조화롭게 수용한 융합의 선봉이었다.

▨… 18세기 영국을 변화시킨 웨슬리의 대표적인 신학적 특징으로 <창의적 조화>를 꼽는다. 그는 하나님의 절대적 은총과 인간의 자유, 개인 구원과 사회적 책임, 성화와 구원, 믿음으로 의롭게 됨과 사랑의 실천, 사랑의 넓이와 죄의 깊이 등 어느 한 편을 고집하거나 배척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어울림(hybrid)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장르를 포용하는 크로스오버이며, 모순과 대립을 넘는 변증법적 합일(合一)이지 않았던가.

▨…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 등 교부들에 의해 성경의 가르침을 명확하게 하고자 신학적 이론과 교리가 형성되었다. 중세기에 이르러 교부신학을 이어받은 학자들은 대학을 통해 논리학과 철학 등의 다양한 학문으로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이 체계화시켰다. 그러나 중세 이후 체계적(systematic)인 학문에서 독단적(dogmatic)인 교의학(敎義學)이 된 신학은 교리가 되고 법이 되고 권력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조직신학이 없다던데.

▨… 조직신학이 다른 신학과 학문을 압도하리만큼 비대해지고, 웨슬레신학>이 창의적 조화가 아닌 규범(dogma) 논리에 빠진 배타적 교리강좌가 된다면 이는 심각한 변질이 아닐 수 없다. 웨슬리는 나로 오직 성경 ‘그 한 책의 사람(Homo unius libri)’이 되게 하소서 하고 기도했지만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은 아니었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독서를 했다니 한 권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 만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아닌가.

▨… 존 웨슬리가 남긴 가장 큰 신앙적 유산이 「신학대전」이나 「기독교강요」가 아닌 설교, 그리고 일기인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얼마나 큰가. 지난날 우리의 스승들은 한국교회의 다양한 교단과 연합사역을 했고, 신학적 우월감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학문적 교류를 이어왔다. 이 시대에 성결교회의 자서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웨슬리의 창의성과 조화로움은 어떻게 계승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