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458호)
AI 물결 속 ‘영성의 시대’가 온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술이 아니라 느리지만 진실된 성령의 임재가 교회를 탈바꿈하게 만들 것이다
AI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화면을 통해 관계를 맺고, 알고리즘의 안내를 따라 정보를 습득하며, 때로는 인공지능에게 삶의 방향을 묻기도 한다.
기술은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 관계의 깊이, 영성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은 성경에 근거한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이며, 이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만 가능하다.
성경이 말하는 영성은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니라 전인격적인 하나님과의 동행이다. 예수께서는 새벽 미명에 홀로 기도하며 아버지의 뜻을 구하셨고, 사도들은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공동체를 세우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성령은 단지 교리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안에 내주하시며 삶을 변화시키는 실제적 능력으로 역사하신다. 바울은 성령을 따라 행하라고 권면하며, 사랑과 희락과 화평이라는 열매를 맺는 삶이 진정한 신앙의 길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영성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집중력과 침묵의 여백을 빼앗는다. 기도보다 푸시 알림에 먼저 반응하게 하고, 말씀 묵상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에 시간을 쓰게 만든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은 성찰과 내면의 침묵은 점점 사라진다. 영성은 얕아지고, 신앙은 콘텐츠 소비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성령의 임재는 더욱 절실하다. 성령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나게 하시고, 진리를 분별하게 하시며, 디지털의 소음 속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하신다.
성령은 단지 예배 중의 감동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게 하는 실재적 능력이다. 디지털 흐름이 즉각성과 반응성을 강조할수록, 성령은 우리를 기다림과 경청의 삶으로 이끄신다.
성령은 내면을 향하게 하며,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신다. 진정한 영성은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자라난다.
교회는 이러한 영성을 함께 실천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단지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며, 서로를 안아주는 육체적 장소여야 한다. '
성찬과 세례, 성도의 교제와 예배는 디지털로 대체할 수 없는 성령의 현현이자 하나님 나라의 실재를 경험하는 장이다. 물론 기술은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교회의 본질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접근성은 중요하지만, 현장 속 공동체는 대체될 수 없다. 영성은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교회가 붙들어야 할 진리는, 기술의 시대일수록 더 깊은 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빠르고 정확한 기술이 아니라, 느리지만 진실된 성령의 임재가 교회를 새롭게 할 것이다.
성경은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스가랴 4:6)고 선언한다. 이 말씀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초청이자, 교회가 회복해야 할 영적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