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58호)조선일보(제32471호) 선임기자 김윤덕은
▨… 조선일보(제32471호) 선임기자 김윤덕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손자 클리프턴 트루먼 대니얼에게, 어쩌면 한국인 보다 일본인들이 그 답을 듣고 싶어 할지도 모를 질문을 던졌다. “-원자폭탄 투하는 트루먼이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일까?” 대니얼의 대답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원폭을 투하한 건 종전을 앞당겨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에게도 원폭 투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물론 할아버지는 그 죄책감을 평생 갖고 살아야 했다.”
▨… 성악가인 딸 마거릿의 공연을 한 평론가가 혹평하자 아버지인 트루먼 대통령이 ‘날 만나면 당신 눈에 멍이 들 것’이라며 화를 냈다는 일화도 사실인가를 물었다. “그렇다.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백악관에 도착한 편지엔 ‘아버지다운 발언이다,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노련한 선임기자가 대니얼의 증언에 살짝 고명을 얹었다. “한국 대통령이 그랬다면 탄핵감인데…”
▨… ‘시대가 어지러워지면 교회는 보수 성향을 띄우게 된다’는 것이 교회사의 증언이다. 이 진단이 맞는 것일까. 성직의 연륜이 웬만한 햇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새삼스레 보수 신앙과 신학의 수호자임을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인간미의 축적이라든지, 인격의 곰삭은 향기 따위와는 조금도 상관이 없는 성령의 역사도 있는지는 과문한 탓이라 질문만 삼키고 있다. 설마하니 이런 모습이 성결인의 전형은 아닐 것이다.
▨… 인간은, 마크 트웨인의 이해를 차용하면, ‘전쟁이라는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는 유일한 동물’이다. 6·25 한국전쟁을 겪은 한국인들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부도덕해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니겠는가.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인간이하』)는 밝혔다. “인간의 비인간화는 문화가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발전한 인간 본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 제2차 세계대전때 유럽 전역에 투하된 폭탄보다 많은 양의 폭탄으로 한반도는 초토화되었다. 남한 50만, 북한 3백만명의 민간인까지 포함하면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이 발효되기까지 600만명 이상의 피가 이 강산을 적셨다. 오늘 세계는 핵전쟁까지도 불사하는 비인간화의 수렁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뉘있어 이 흐름을 세울 수 있을까.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