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언문, 총체적 선교 외면”…복음주의자들 공개 비판
“하나님의 선교, 지역교회 제자훈련으로 축소돼선 안 돼”
지난해 열린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에서 채택된 서울선언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복음주의 진영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총체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지난 6월 19일 동교동교회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선언문이 안고 있는 신학적 문제점과 세계 복음주의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며, 공청회 개최와 선언문 재작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문식 목사(성서번역성교회 이사장), 이강일 소장(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김종호(화해포럼 NARI 대표), 문지웅 목사(보성교회), 오형국 목사(청년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조샘 선교사(LAMS KOREA 이사), 김형국 목사(하나복네트워크 대표) 등은 “서울선언문은 신학적 균형과 총체성이 결여돼 있으며, 세계 선교운동의 미래 방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며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와 보다 공동체적인 선언문 재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문식 목사는 “로잔대회는 2000년 만에 이뤄진 개신교의 공의회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4차 로잔대회를 거치면서 그동안 로잔운동이 추구해온 총체적 기독교에서 근본주의 기독교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김형국 목사도 “이번 로잔대회는 제국주의와 냉전 이데올로기의 결과물인 분단이라는 현실을 여전히 안고 있는 한반도에서 열렸지만, 안타깝게도 한반도 분단과 그에 따른 군사적 긴장과 국제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논의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전쟁에 대한 신학적, 실천적 논의도 거의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총체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서울선언문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하나님의 선교’를 ‘지역교회의 제자훈련’으로 축소하고, 동성애에 대한 방어적 태도, 선언문 도출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 등이다.
특히 “로잔은 그동안 교회와 선교단체의 동반자 관계를 특별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서울선언문은 선교기관들을 ‘지역교회 밖의 사역자’로 칭하며 이들이 지역교회에 초점을 맞추고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언한다”며, 이런 관점은 “지역교회만 하나님의 교회라는 왜곡된 이해를 가져올 수 있고, 선교단체들도 교회의 또다른 축임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차 로잔대회를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동성애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인간됨’과 ‘성’은 신학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 복잡하고 방대한 주제다. 그러나 이번 서울선언문은 이 주제를 ‘성 정체성’에 한정해서 다뤘고, 동성 성관계와 동성혼이 왜 죄인가를 규정했다”며 “결과적으로 교회와 동성애자들과 선을 긋게 되었고, 죄인들과 우정을 나눴던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풀뿌리 조직들의 헌신으로 운영되던 로잔대회가 제도화되는 흐름에도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대회 운영 경비를 부담하는데도 과도하게 책정된 등록비 문제와 이에 따라 등록비를 낼 수 있는 부유한 북미 지역 회원들이 전체 참석자 중 20% 가량을 차지하게 된 점 등을 언급하며 “로잔이 글로벌 선교 운동으로서의 정체성보다 로잔 조직 자체의 운영을 더 중요하게 여긴 행보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선언문은 로잔대회 첫날 저녁 이메일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전달되었다”며 “선언문에 대한 논의는 과거 로잔대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이번 대회는 대중 연설과 전략 제시, 로잔의 브랜딩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