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신앙으로 치유하는 음악치료사 이문숙 권사(신촌교회)
“찬양에 말문 열고 복음에 귀 열어요” 중복 장애 아들, 크나큰 시련 찬송가 따라 부르다 입 열어 음악치료 수업 전 반드시 기도 믿음 잃은 부모들 돌아오기도
삶의 방향을 뒤흔드는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31년 전, 첫 아이를 얻은 기쁨도 잠시 아들의 장애 판정은 이문숙 권사(신촌교회)를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다운증후군에 심장 기형과 척추 이상까지 겹친 중복 장애. 정상적으로 목을 가누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들을 품고 이 권사는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기도는 때로 분노였고, 때로 탄식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그 기도의 끝자락에 들려온 하나님의 음성은 더 납득되지 않았다. 매일 울며기도하던 어느 날 가슴을 울리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이 시련의 이유가 뭐냐, 책임져 주시라 부르짖는 이 권사에게 하나님은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함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그 말씀은 오히려 더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권사는 기도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무너진 심령으로 버티고 또 기도했다. 하나님은 뜻밖의 방식으로 응답하셨다. 찬양이었다. 말도 못하던 아들이 찬양을 따라 부르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고, 십자가 이야기에 울음을 터뜨릴 만큼 영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성령이 주신 교과서 같은 존재였어요. 저에게 기도를 가르쳐줬고, 예수님의 마음을 깨닫게 했어요."
아들이 6살 무렵, 이 권사의 신앙 여정은 전환점을 맞았다. 이 권사는 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에서 임상음악치료를 전공하고 2002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아동발달센터에 근무하며 다양한 환자와 부모를 만나는 임상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자택에 '젬씨음악치료실(지저스미션센터)'을 시작했다.
이 권사의 치료실은 단순한 재활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복음의 통로'였다. 이 권사는 수업 전 반드시 기도로 시작하고, 음악치료에 활용하는 ‘음악’은 오직 찬양곡이다. 그러다 보니 찬양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언어가 되었다. 말은 못해도 노래는 따라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젬씨음악치료실에서 수업을 받은 한 자폐 아동은 처음엔 전혀 소통이 안 되었지만, 음악치료를 받으며 눈도 마주칠 수 있게되고, 엄마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권사는 “음악치료는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부모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바늘구멍 같은 연결점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권사가 만난 많은 부모들 중엔 상처로 신앙을 놓은 이들도 있었다. 타종교를 가진 이들, 믿음을 잃어버린 이들, 교회에 실망해 멀어진 이들. 그러나 아이의 치료를 통해, 부모가 먼저 변화되고, 가정이 다시 회복되며, 삶이 복음으로 새로워지는 일들이 치료실 곳곳에서 일어났다. "매일 큐티 묵상을 전송하고, 부모님과 찬양을 나눠요. 그러다 보면 교회를 떠났던 분들이 다시 돌아오고, 아이 때문에 왔다가 가족 전체가 예수님을 영접하기도 해요."
이문숙 권사의 사역은 음악치료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권사는 신촌교회 내에서 장애인 가정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사랑의담쟁이’ 사역을 시작했다. ‘사랑의담쟁이’는 2019년 시작된 신촌교회의 장애인 동행 사역으로, 이 권사를 중심으로 봉사팀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봉사자들은 장애아동이 원하는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예배드리며 곁에서 케어한다.
이 권사는 “사랑의담쟁이 사역의 핵심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모두 집중해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 가족이 예배의 은혜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이 사역은, 신앙공동체의 실제적 통합을 향한 의미 있는 실천이다.
이 권사는 앞으로도 이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픈 자녀를 품었던 시간만큼이나, 아픈 가족을 안고 기도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약한 자를 통해 강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그 길을 앞으로도 따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