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시론(1453호)
6.3대선 이후 이제 시작이다
이 칼럼을 신문사로 송고한 시점이 2025년 6월 3일 오후 8시 10분 정도다. 주간 신문이어서 대선 결과의 공식 발표를 보고 글을 쓸 수 없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가 이렇다. 이재명 후보 51.7%, 김문수 후보 39.3%, 이준석 후보 7.7%. 상당 부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분위기가 있었던 선거지만 여당과 야당 또 후보마다 저대로 잔뜩 긴장했다.
왜 안 그랬겠는가.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와 지난 6개월 동안 여전히 그에게 밀착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삶 전체의 성패가 걸린 일이었다. 사법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내란죄 판결에 따라서 최고 형벌까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대선 결과에 따라서 해체 수준의 재창당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짐이 또 더없이 무겁다.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바로 대통령에 취임하여 직무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고통을 갈수록 무겁게 하는 경제 문제를 어떻게든 추슬러야 현재의 심각한 갈등을 싸매는 문이 열릴 것이다.
경제 외에도 국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이번 대선, 이 큰 소용돌이의 중심은 작년 12월 3일의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이었다. 내란 혐의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이 사태의 와중에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오래도록 눌려있는 여러 가지 갈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날것으로 온통 까발려진 갈등과 원한의 독한 힘이 마치 해저에서 지각판이 어긋나면서 위로 분출되는 거대한 지진처럼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후보에게 한 표를 준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엄연한 현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다. ‘국민주권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선거 부정 음모론에 매여 확증편향 상황에 빠지는 사람이 극소수이기를 바란다.
큰 틀에서 중요한 과제가 두 가지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진행 중인 ‘12·3내란의 사법적 처리’가 공정하게 사실 상황을 남김없이 규명하여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 화합이란 미명으로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시적인 시각과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치 보복은 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공언했으니 그렇게 하리라 본다.
구체적인 면에서 중요한 과제 두 가지를 생각한다. 먼저 법치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올곧게 든든히 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의 1987년 체제, 곧 제6공화국 체제를 오늘날의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어떻게 새로운 틀로 변화시켜 가야 하는지가 과제일 것이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지도자와 국민 모두 의견과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다음은 상생의 시장경제를 든든히 세워가는 일이다. 40여 년 세계를 먹여 살린 신자유주의 경제의 틀이 수명을 다했다. 21세기의 사반세기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풀어가야 한다. 남북관계 및 동아시아와 미중의 갈등 구조가 다 얽혀있는 문제다.
새 정부에 대해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지난 반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국민과 기독교를 포함한 각종 사회 시민단체가 새로 출범한 정부와의 관계에서 비평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새 정부에 들어가서 일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부는 정부이고 시민단체는 정부와 정치권을 감시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법치의 민주주의가 더욱 든든해진다.
마지막으로 보수 집단과 한국 교회에 관해서다. 작년 12월 3일 이후 가장 뼈아픈 패배를 맛본 것이 이 둘이다.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보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진보 집단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교회, 복음의 본질을 잊고 사회 정치 상황에 이처럼 어지럽게 휘둘린 때가 또 있었을까!
대선 이후 교회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처절한 심정으로 회개해야 한다. 성서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