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52)성결교회 120주년, 다시 초심으로
우리 교단의 창립 120주년이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다. 100여 년의 세월 속에 숱한 고난과 위기를 딛고 한국교회의 든든한 한 축으로 우뚝 선 성결교회의 역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그러나 우리가 120주년을 앞두고 보다 더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기념행사를 치르느냐보다 어떻게 초심을 회복할 것인가이다. 교단의 창립사를 되짚어 보면, 성결교회의 시작은 조직도, 제도도 아닌 오직 복음에의 열정이었다.
1907년 종로 염곡동, 소금골 골목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믿기만 하오” 외치며 나섰던 노방전도가 바로 성결교회의 첫 출발이었다. ‘성결교회’란 이름조차 없던 시절, 우리는 복음전도관이라 불리며 오직 전도에 전념했다. 그 열정이 부흥의 씨앗이었고, 전국 곳곳에 교회가 세워졌다.
그때 우리는 달랐다. 그저 주일예배에 만족하는 신앙이 아니었다. 매일 밤 울부짖으며 기도했고, 죄를 자복하며 통곡했다. 중생과 성결, 신유와 재림을 강조하는 사중복음 신앙 안에서 각자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성결한 삶으로 변화되었다. 부흥회마다 은혜 체험 간증이 넘쳤고, 성결 체험의 현장이 바로 성결교회의 강점이자 정체성이었다. 수많은 성결인들이 죄를 고백하며 눈물짓고, 철저히 회개한 후 삶이 달라졌다. 그때 우리는 진짜 복음의 사람, 삶으로 전도하는 성결인이었다.
그뿐인가. 성결교회는 애국과 사회선교에도 누구보다 앞장섰다. 천세봉 목사의 6·10만세운동 주도, 전도부인 백신영의 애국부인회 활동, 한도숙, 서용란, 문준경, 박봉진, 서두성 같은 수많은 성결인들의 순교와 헌신은 신앙과 나라 사랑을 동시에 품은 성결인의 전통이다.
일제와 공산당의 탄압에도, 교단이 폐쇄되는 시련에도 신앙을 지켰고, 한국전쟁을 겪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고아원과 양로원, 미망인 시설을 운영하며 사회복지와 구호사역에 나섰다. 한국전쟁 직후 임시정부 인사들이 경성신학교를 찾아와 격려할 정도로 성결교회는 민족과 신앙을 함께 지키는 교단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120주년을 앞둔 오늘, 다시금 성결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때다. 총회가 제시한 8대 비전 과제 중 첫 번째가 ‘성결교회 정체성 회복’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교단의 외형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는 참된 부흥을 기대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모든 대부흥운동은 철저한 회개에서 시작되었다.
오늘 우리 교단도 ‘일등 성결교회’를 외치며 진정한 대부흥을 고대한다면, 반드시 회개운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회개할 것인가. 교회의 타락과 부도덕, 신앙의 안일함, 전도의 열정이 식어버린 현실, 다음세대를 향한 무관심, 작은 교회를 외면한 모습, 교계와 사회를 향한 소극적 태도, 이 모든 것을 철저히 자복해야 한다.
회개운동과 정체성 회복은 전도운동과 다음세대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전국 장터와 나루터, 역전마다 복음을 전했던 그 열정을 되살려,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물려주어야 한다. 작은 교회를 위한 체계적 지원도 고민하자. 사회적 성결운동과 남북통일 준비, 행정 혁신, 교계 연합 사역도 모두 이 성결교회의 본질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
120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성결교회의 진짜 120주년을 준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