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극우집단? 목회자-성도 87% “무슨 말이냐”

목데연, 1500명 정치성향 조사 “나는 매우 보수적” 13% 그쳐 76%가 “비상계엄은 잘못돼” 윤석열 탄핵 찬성도 70%나

2025-05-21     김준수

한국교회를 향한 ‘극우 정치집단’이라는 시선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목회데이터연구소, 문화선교연구원, 한반도평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한국 개신교 정치문화 지형 조사 발표와 함의 포럼’이 지난 5월 19일 새문안교회 드림홀에서 열렸다. 

이번 조사는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남녀 1,000명과 담임 목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 국면 이후, 한국교회 내부의 정치 인식과 참여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날 발표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성도와 목회자 모두 정치적 입장은 보수보다는 ‘중도’에 가까우며, 실제로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 있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도의 경우 ‘매우 보수(13.5%)’, ‘보수(22.9%)’, ‘중도(37.8%)’, ‘진보(21.4%)’, ‘매우 진보(4.3%)’로, 전체적으로 중도와 진보 성향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목회자는 ‘보수(33.2%)’와 ‘매우 보수(12.9%)’가 46.1%로 다소 보수적이었지만, ‘진보’와 ‘매우 진보’도 33.6%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교회 안에서 흔히 오해되는 ‘극우 성향’은 실제로 성도 기준 13.5%, 목회자 기준 12.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광장에서 부각된 일부 집회 장면들로 인해 “한국교회는 극우다”라는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은 “언론을 통해 부각된 정치 집회는 일부 소수의 의견이며, 다수의 침묵하는 중도층이 교회 내부에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도 74.2%, 목회자 78.9%는 12.3 계엄 사태에 대해 ‘잘못된 조치’라 응답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도 69% 이상이 찬성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교회 안 정치 이슈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목회자는 성도에 비해 정치적 참여와 설교·기도 등을 통한 발언에 대해 훨씬 높은 수용도를 보였으며,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그 수치가 높았다. 

정치 참여의 동인은 주로 언론과 유튜브였다. 성도의 경우 언론(60.4%)과 가족(부모 20.4%, 형제/자매 등 가족 14.5%), 유튜브(27.9%) 순으로 영향을 받았고, 목회자는 언론(64.4%), 책(49.1%), 유튜브(36.8%)의 순이었다. 특히 ‘매우 보수’ 성향의 목회자의 경우 유튜브의 영향력이 50%에 육박했으며, 정치 유튜브 평균 시청 시간도 90분을 넘겼다.

조동준 교수(서울대)는 “한국 개신교가 최근 광장 정치에서 극우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지만, 실제 통계는 그와 다르다”며 “교회 내부의 이념 양극화에 대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도들은 교회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목회자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극우 성향의 목회자들은 갈등 자체를 정의 구현의 과정으로 보는 인식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실태 파악을 넘어, 향후 한국교회의 정치참여 방식에 대한 성찰과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 정당 설립에 대해서는 성도와 목회자 모두 부정적이었으며, 기독교 국가화에 대한 찬성 비율도 30% 내외에 그쳤다. 이는 신앙과 정치의 혼합에 대한 경계 인식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교회 내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강한 참여 문화를 위해 △예배와 설교에서의 정치 발언에 대한 신학적 가이드 마련 △교회 내 다양한 정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대화 구조 마련 △유튜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기독시민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의 실천적 대안들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