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엎친데 지진 덮쳐도 사역”

미얀마 국토 30% 강타 대지진 학교 닫아도 선교센터는 활기 피해지역 아이들 모아 대안학교 장기적 안목으로 새롭게 나설 것

2025-04-16     김OO 선교사(미얀마)
김00 선교사가 세운 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지만 최근 새롭게 한국어 기초반 '드림코리아 2025'를 시작했다.

미얀마의 선교사들이 지진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것을 믿으며 부활의 소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말못할 어려움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선교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선교사들의 생생한 선교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얀마는 최근 극심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군부 쿠데타와 이어진 내전, 2023년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대홍수를 겪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이번 지진은 더욱 큰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며칠 전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과 계속되는 여진은 순식간에 수많은 건물을 무너뜨리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전국토 면적의 1/3이 파괴되었고,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열악한 국가 현실 속에 제대로 된 구조 작업조차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중장비 없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는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군사독재, 처참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매일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현 상황에서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는 국가와 국민을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송전탑들이 무너져서 하루에 8시간 정도 들어오던 전기가 현재 32시간째 계속해서 정전입니다. 낮에 태양광을 통해 충전한 배터리의 전기로 이 밤을 버티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십자가의 고난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능력을 기억하며 다시 힘을 냅니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미얀마 땅에도 부활의 소망이 움틀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1998년 미얀마에 파송되어 27년째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 개척 및 목회자 훈련, 기독 초·중학교 설립 및 운영, 7곳의 유치원을 세워 사역했고, 선교사 가정을 통한 제자 훈련 등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 이어진 군부 쿠데타는 저희의 사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학교 사역과 목회자 훈련 사역이 중단되었고, 예배가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선교부 교회들이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30여 년간 제가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했던 학교를 잃었을 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건물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흘렸던 수많은 땀과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에 깊은 슬픔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고난과 재난 속에서도 살아남아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제자 훈련 사역입니다. 감사하게도 초기에 훈련받은 제자 10명 이상이 지금은 저희 선교부의 든든한 동역자이자 핵심 스텝이 되어 선교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단기적인 사역보다는 한두 가지 사역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저희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제자 훈련 양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시스템이 사실상 무너진 미얀마의 교육 현실 속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서 아이들이 한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로 유학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한국어 능력을 이용해서 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내린 미얀마 전경.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미얀마 선교부는 양곤의 선교센터로 피해 가정 청소년들을 긴급히 초청하여 교육과 음식 제공을 시작하는 등 구호 활동에 나섰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긴급 구호에 집중하고 있지만, 저희는 교육이 소외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건물과 간판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사람이야말로 미얀마의 진정한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겼지만 하나님은 저를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아이들을 키우고, 목회자를 세우며, 사람을 세우는 일에 더욱 집중하여 이 땅에 희망을 심어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운영하던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지만 선교센터는 여전히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선교센터에서는 방학 3개월 동안 진행되는 ‘드림 코리아 2025’라는 한국어 기초반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중에는 지진과 전쟁 피해 지역의 청소년들이 모이면 새로운 방식의 대안학교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매일 아침 예배를 드리고, 낮 시간에는 한국어와 영어 공부, 체육 및 예능 교육 등을 통해 학습 시간을 구성하여 아이들이 주저앉아 울며 절망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새로운 힘으로 도전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 절망의 땅이 희망을 아예 잃지 않도록, 저희 선교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진 피해와 전쟁 난민 청소년들의 교육과 복지를 통한 양육과 선교 사역을 더욱 열심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