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폭설에 ‘폭삭’… 울부짖은 성전은 불쑥 부활했다
올바른-오산평화-연곡효성교회 등 날벼락 재난에도 예배 멈추지 않고 “다시 세울 것은 건물이 아닌 신앙” 헌신하고 기도하자 되레 전화위복 “고난 통해 공동체 회복 은혜 경험”
화재로 예배당이 전소됐고, 기록적인 폭설로 지붕이 무너졌다. 그러나 예배는 멈추지 않았다. 갑작스런 재난 피해를 당한 올바른교회, 오산평화교회, 연곡효성교회, 부평시민교회, 봉황교회, 안성교회는 고난 속에서도 공동체를 다시 세워가며, 예배의 불을 꺼트리지 않았다. 부활절을 맞은 지금, 그들은 입을 모아 고백한다. “하나님은 무너진 자리에 부활의 새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예배당 불탔지만, 예배는 살아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경기동지방 올바른교회(박천광 목사)는 갑작스러운 화재로 예배당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십자가를 고정하는 작업 중 발생한 불씨는 삽시간에 판넬 지붕과 내부 천장을 태웠고, 1·2층 공간 전체가 연기에 그을렸다. 현장에 있던 박 목사는 즉시 소화기 네 개를 들고 소방관들과 함께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불은 껐지만 화재진압 시 사용했던 물로 예배당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그때는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이제는 불길을 멈춰주십시오’라고 간구했죠. 그 순간, 정말 기적처럼 불길이 중심부에서 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배할 곳과 목회할 공간을 정확히 남기셨습니다.”
현재 올바른교회는 본래 입구와 로비로 사용하던 공간을 임시 예배처로 삼고 있다. 통행 공간에 불과했던 그 자리는 이제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양하는 거룩한 성소로 변화되었다. 박 목사는 “이 사건을 통해 예배당이 아닌, 공동체가 곧 교회라는 신앙의 본질을 다시금 붙들게 됐다”고 고백했다.
화재 직후부터 도움의 손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동지방 목회자들은 화재 발생 다음날 현장에 모여 함께 청소하고 자리를 정리했으며, 각 교회는 기도로 동역하며 복구비용도 지원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외부 성도들도 마음을 보태왔다.
음향장비와 조명도 기적처럼 복원됐다. 당시 물을 뒤집어쓴 스피커와 신디사이저는 광주교회의 협력으로 말려서 수리를 시도했고, 예상과 달리 다시 작동했다. 박 목사와 성도들은 장비가 하나하나 살아날 때마다 ‘살았다!’고 외쳤다. 모두가 “정말 부활을 체험하는 기분”이라는 고백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올바른교회는 지난 4월 15일부터 본격적인 복구공사에 착수했다. 박 목사는 “두세 달 정도 공사 기간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이 시간조차도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단단하게 하시는 훈련의 시간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성도들의 고백에도 힘이 있다.
부교역자 부인 김진숙 사모는 “이번 일을 겪으며 기도에 불이 붙었고, 공동체가 더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고, 조순하 권사는 “불탄 교회를 보며 울었지만, 예배드릴 공간을 남기신 하나님께 감사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특별한 일도 있었다. 예배당을 이전한 즈음, 교회가 품고자 했던 가나안 성도 한 사람이 다시 교회로 돌아온 것이다. 박 목사는 이를 하나님의 회복 사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다시 찾게 됐고, 올바른교회의 존재 이유가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올바른교회는 지금, 단순히 건물을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되찾고 있다.
그리고 부활절을 맞아 이들은 담대하게 고백한다. “우리는 여전히 교회입니다. 하나님은 잿더미 위에 새로운 터를 세워주셨습니다.”
“폭설에 묻힌 교회, 믿음으로 다시 세워”
지난해 기록적인 폭설로 본당 지붕이 붕괴된 경기중앙지방 오산평화교회(허성도 목사)는 현재 지하 식당을 임시 예배처로 삼아 예배를 이어가고 있다. 천장이 무너지고 장비가 파손됐지만, 교회는 절망에 주저앉기보다 감사와 회복을 선택했다.
지난 4월 11일 금요철야예배에서 허성도 목사는 고린도후서 12장을 본문으로 “우리의 십자가는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머무는 자리”라며 “고난을 기쁘게 감당할 때 부활의 영광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성도들은 아멘으로 응답했고, 작아진 공간이 무색하게 오히려 더 큰 울림이 임시 예배처를 가득 채웠다.
교인들도 예배당 지붕 붕괴가 감사훈련의 사건이었다고 고백했다. 허 목사는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 달간 ‘감사훈련’ 시리즈를 설교하며, 모든 성도들과 함께 말로 하는 감사가 아니라, 감정과 삶의 태도까지 감사를 훈련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마지막 설교를 마친 그 주간에 교회 지붕이 무너진 것이다. 그때 성도들은 충격을 받기보다 “감사하자”는 고백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창립 50주년 ‘희년’를 맞은 오산평화교회가 감사훈련으로 대비한 셈이다.
지붕 붕괴가 일어난 날에도 하나님의 손길이 미쳤다.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던 성도나 늘 방송실에 출근하던 부교역자까지 모두 그날만큼은 자리를 비워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유봉조 장로는 당시를 회상하며 “사람 한 명 다치지 않았다는 게 기적이고, 하나님의 시간표라 믿는다”고 고백했다.
교회는 당장 기도를 시작했다. 철거와 설계, 인허가까지 3개월이 걸렸고, 복구비용만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교회는 낙심하지 않고 믿음을 붙들었다. 허 목사는 “무너진 건 지붕이었지만, 우리가 다시 세울 것은 건물이 아니라 신앙이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마주한 고난 앞에 성도들의 헌신도 이어졌다. 허 목사는 “어느 권사님은 임플란트 치료를 위해 모은 적금을 만기 해지하고 1,000만원을 헌금하셨다. ‘이빨보다 성전이 먼저’라며 봉투를 내밀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십시일반 마음을 모으며, 무너진 지붕 위에 믿음으로 더욱더 견고해진 신앙의 공동체가 세워지고 있다.
오는 6월 은퇴를 앞둔 허 목사에게도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의 정교한 타이밍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올해 1월 은퇴했어야 했지만, 정년연장으로 목회 기간이 1년 더 늘었고, 그 덕분에 교회 재건이라는 마지막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 “29세에 남들보다 이르게 안수를 받았는데, 은퇴도 하나님이 정확히 맞춰 연장해 주셨어요. 새 예배당을 후임 목회자에게 넘기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믿습니다.”
허 목사는 “고난은 십자가 앞에 설 기회다. 지금 이 복구 과정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우리 신앙 자체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라고 고백했다.
재난을 딛고 예배의 자리에 선 교회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재와 폭설, 예기치 못한 재난들로 무너졌던 교회들이 부활절을 맞아 다시금 예배의 자리에 섰다. 그 어떤 고난도 부활의 신앙 앞에서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연곡효성교회, 부평시민교회, 봉황교회, 안성교회는 고난을 통해 공동체가 다시 세워지는 은혜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서울강동지방 연곡효성교회(모세형 목사)는 지난해 3월 1일, 오랫동안 사용하던 예배당 1층이 전소되는 화재를 겪었다. 2023년 11월 새 예배당을 헌당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무엇보다 ‘1+2 건축’ 비전 아래 마을 회의실과 외국인 선교홀을 계획하며 지역사회를 품으려 했던 시점의 화재는 성도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교회는 낙심 대신 기도를 선택했고, 총회와 교단 교회, 멀리서는 타 교단에서의 도움으로 다시 불탄 예배당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관을 건축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딱 맞는 새 건물을 주시려나보다”라는 모세형 목사의 고백은 교회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후원과 헌신이 이어지며 현재는 9월 입당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동지방 부평시민교회(이석윤 목사) 역시 작년 11월말 폭설로 3층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를 겪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 목사는 “사고 다음날 새벽기도 중에 ‘전화위복’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신속하게 복구를 결단했다. 사고 이후 예배 분위기는 오히려 살아났고, 새로운 성도 4-5명이 등록했다.
다니엘기도회와 옹기장이찬양선교단 등 외부 단체와 자신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작은 교회에서도 후원이 이어져서 공사비의 두 배에 가까운 재정이 확보돼 남은 재정은 다시 필요한 곳으로 흘려보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저를 통해 일하시는 것을 성도들이 직접 보며, 교회 내 신뢰와 연대가 더욱 견고해졌다”고 전했다.
경남지방 봉황교회(오창석 목사)는 지난 2월 사택이 전소되는 화재를 겪었다. 생활공간뿐 아니라 목회 자료, 의류까지 모두 잃었지만, 예배당이 온전히 보존된 것이 가장 큰 감사였다. 현재 사택은 재건축 중이며, 총회와 지방회, 남전도회전국연합회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오 목사는 “불 속에서도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지금은 임시 주택에서 감사하며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남지방 안성교회(김기현 목사)는 지난해 11월 폭설로 지붕에 60cm가 넘는 눈이 쌓이며 예배당 천장이 일부 붕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복지관에서 예배를 드리며 긴급 복구에 나섰고, 지난 3월 9일에는 예배당 복구 감사예배를 드렸다. 김 목사는 “이번 일을 통해 교단과 지방회가 얼마나 든든한 신앙 공동체인지 다시금 깨달았다”며 “복구는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공동체가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무너진 벽돌과 잿더미 위에서 드려진 기도, 얼어붙은 예배당 바닥 위에 흘린 눈물을 통해 다시금 교회를 일으켰다. 고난의 흔적마다 하나님은 다시 기초를 놓으셨고, 그 믿음은 싹을 틔워, 다시 예배가 피어났다. 2025년 부활절, 교회는 그렇게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