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47)2025 부활절을 맞아: 부활 희망으로 미래를 열자

2025-04-16     한국성결신문

2025년 봄, 한국 사회는 깊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 부활절을 맞이한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 거처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허덕이며 생존을 걱정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정치적 혼란은 국민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했다.

그러나 바로 이 같은 절망의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죽음을 이기고 일어나신 주님의 승리는 고통의 터널 끝에 빛이 있음을 선언한다. 부활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이 땅의 상처 입은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현재적 희망이다.  

역사 속 교회는 부활절을 단 하루의 기념이 아닌 ‘위대한 50일’(부활주일부터 성령강림절까지) 축제로 지켰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매일을 주일처럼 기쁨으로 채우고, 금식 대신 감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했다. 4세기 교부 어거스틴은 “부활절기는 기쁨과 평화의 시기”라 선언하며, 무릎 꿇지 않고 서서 기도할 것을 권면했다. 이는 부활의 승리가 고통을 초월한 영원한 희망임을 상징하는 행위였다.

오늘날 한국교회도 이 유산을 이어받아야 한다. 사순절의 엄숙함만 강조하다 부활의 기쁨을 소홀히 하는 현실을 돌아볼 때다. 부활절기 50일은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며 치유의 손길을 뻗어야 할 기회다. 산불 이재민을 위한 구호 활동, 청년들의 취업 지원, 소상공인과의 연대는 부활의 생명력이 현실로 구현되는 현장이 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교회는 경제적·영적 동반자로 서야 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신앙의 회의’와 ‘경제적 압박’이다. 교회가 청년들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할 때, 그들은 영적 안식처를 잃어버린다. 구한말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와 함께 학교를 세워 글을 가르치고, 사회 개혁의 주역을 양성했다.

오늘도 교회는 청년들이 꿈을 꾸도록 도전하고, 그들의 곁에 서야 한다.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청년의 고통을 공감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공동체라면 교회는 여전히 희망의 터전이 될 수 있다.  

2025년 부활절은 정치적 갈등과 세대·계층·이념의 분열을 치유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초대교회가 부활절기에 새 신자들에게 세례를 주고 공동체 정체성을 교육한 것처럼, 오늘의 교회도 ‘화해와 일치’의 메시지를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여파로 얼룩진 정치적 상처는 교회의 중재로만 치유될 수 있다. 부활의 복음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역설적 명령을 전한다. 십자가의 수치와 고통이 영광의 부활로 전환된 것처럼, 오늘의 절망도 희망의 씨앗이 된다.

4월 20일 부활절은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날이다. 교회가 연합해 전국의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하고, 청년들과 소상공인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제안하며, 정치적 이해를 넘어 국민 통합을 외칠 때 부활의 힘은 역사할 것이다. 140년 전 복음이 조선 땅에 심어진 것처럼, 2025년 부활절은 새로운 각성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