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신대원’ 캠퍼스도 없이 ‘영어권 목회자’ 키운다
미주 교회 목회자 부족 부각되자 협약 대학서 기본 신학교육 받고 성결교단 필수과목은 따로 이수 개교 20년간 꾸준히 졸업생 배출
최근 미주 한인교회에서 영어권(EM) 목회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지역에서 영어권 목회자 양성에 힘쓰는 신학교육기관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토론토에 있는 상준신학대학원이다.
상준신학대학원은 허천회 목사(말씀의교회)가 캐나다 토론토대학 낙스신학대학원과 협력해 2006년 설립했다. 미주에서 부족한 영어권 2세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허 목사는 성결교회에서 성장한 영어권 젊은이들이 다른 신학교로 진학하거나 교단을 옮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성결교회의 영어권 신학대학’을 꿈꾸며상준신학대학원을 설립했다.
허 목사는 “미주성결교회에 소속된 영어권 자녀들이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수업의 신학교육이 필수지만 교단 내에 영어로 가르치는 신학교가 부족해 대부분 다른 영어권 신학교에 진학한다”면서 “성결교회에서 자랐음에도 다른 교단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미주성결교회 영어권 청년들이 성결교회 신학을 바탕으로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2006년 성결교회 설립자 ‘김상준’의 이름 따서 ‘상준신학대학원’을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상준신학대학원은 현지의 유수 신학교와의 협력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에 자체 건물이나 교수가 없이도 다른 유수의 신학교와의 협약으로 기본적인 신학교육을 실시하고, 성결교회 목사가 되기 위한 신학교육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가령, 학생들은 협약대학에서 신학 석사(M.Div) 과정을 이수하면서, 성결교회 목사 안수를 위해 필수 과목인 ‘웨슬리 신학’, ‘성결교회사’, ‘성결교회 헌법’을 추가로 배우는 특화된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결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현지 신학교의 학위를 취득하고, 미주성결교회에서 안수 받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미주성결교회의 정식 신학교는 아니지만 캐나다 등 미주의 다양한 지역에서 영어권 자녀들이 신학을 공부하고, 성결교회 목회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상준신학대원은 낙스신학대학원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캐나다 및 미주 지역의 복음주의 신학교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 이 모델은 성결교회가 별도의 캠퍼스와 교수진을 구축하지 않아도 영어권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으로 평가 받는다.
상준신학대학원은 2006년 개교 이후 20년간 꾸준하게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졸업생으로는 채영신(Joseph Chae), 채대신(Nathaniel Chae), 양진권(Jinkweon Yang), 허차영(Joshua Heo) 목사 등 다수의 영어권 목회자이다.
이들 중에는 현지 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또 졸업생 중에는 영어권 성결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거나 EM담당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 캐나다 원주민 선교사로 지원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물론 영어권 목회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결교회 목회자가 되기 위한 유학생이나 현지 한인 신학생도 있다. 현재 안은정 전도사가 재학 중이며, 서울신학대학교 출신 유학생들과 박사 과정 목회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주성결교회와 연결되고 있다.
이밖에도 상준신학대학원은 매년 ‘상준 포럼’을 개최해 성결교회 신학과 미주 목회 현안을 논의해 왔다. 2011년에는 한국 후원회가 발족되어 초대회장 오성택 목사에 이어 현재 임석웅 목사(대연교회)가 후원회장, 박성균 목사가 총무를 맡고 있다. 대학은 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허천회 목사는 “영어권 청년들이 성결교회의 신학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미주 교회의 다음 세대가 보장된다”며, 교단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허 목사는 그러면서 “미주성결교회의 미래를 위해 영어권 차세대를 교육하는 시스템을 교단 차원에서 공식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신학생을 유치하고, 복음주의 신학교와의 협력을 강화해 영어권 자녀들이 성결교회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준신대원은 미주성결교회의 다문화·다언어 환경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2세 목회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협력 모델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성결교회 영어권 목회자 양성의 표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