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여, 우리를 회복시켜주소서!

2025-04-09     이철규 목사
이규철 목사(경북지방.안동교회)

거센 불길이 이글거렸다. 한 사람의 묘지에서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유발된 작은 불씨가 강풍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 동네 밭을 태우고 무수한 마을을 집어삼켰다. 산에 살던 수많은 생명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아비규환이다. 기나긴 세월을 견디어온 숲은 검은 숯이 되고, 천년 고찰도 불에 타고, 재가 되어 버린 많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우리 삶을 불살라버리는 화재 대부분은 사람의 부주의(不注意)나 악의(惡意)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무분별한 탐욕이 사나운 불길의 진원지다. 이 얼마나 몸서리쳐지는 사실인가! 

전국의 소방관, 국군장병, 경찰, 공무원, 가용한 인력들이 총 동원되었지만 미친 듯이 불어대는 광풍으로 인해 거센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역대급 산불이 열흘 넘게 번져 사망자만 30명, 여의도 면적의 156배에 해당하는 땅이 잿더미가 되었다.

산불화재진압헬기들은 동료헬기추락(기장 고 박현우 장로)의 아픔을 견디면서 출격했고, 화재진압 용사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물을 퍼 부으며 화마의 진격을 저지했다. 이처럼 사력을 다해 불길의 진격을 막은 영웅들의 노고와 희생에 힘입어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울주 산청 자락을 태운 불길은 열흘이 지나서야 겨우 멈추었다. 

그 사이 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긴급재난문자는 공포였다. 학교휴교령으로 발이 묶인 학생들과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학교는 안전대피소이자 재난민의 임시거처가 되었다. 엄청난 열기로 둘러싸이고 매캐한 연기가 시내를 뒤덮어 눈을 뜰 수도 없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사람들은 마스크를 써야했다.

너무나 거센 광풍을 타고 험한 산봉우리를 넘나드는 불길인지라 대피할 시간조차 없어 속절없이 몸만 빠져나온 이가 부지기수다. 어떤 분은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땅바닥에 뒹굴어서 불을 끄고 거슬린 채 대피해야 했다.

이처럼 화마가 남긴 상처는 뉴스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처참하다. 다 타버린 이재민들의 집을 다시 짓고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는 당장 어렵고 난망(難望)하다. 참으로 우리들은 언제든지 불길에 휩싸여 고통 받을 수 있는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실감했다. 진정한 안전지대가 우리 주님 외에 어디인지 다시금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산이 다시 푸르게 메아리치도록 복원해야 한다.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화마에 휩싸여 폐허가 된 이 광활한 산들이 푸른 산림으로 복원되도록 국가의 힘을 결집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복원 사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의 힘』에서 “우리는 역경 때문에 파멸할 운명을 타고 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적게 느끼는 편이 더 좋기는 하지만, 결국 성장을 일궈내는 것은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닥친 이번 산불로 인한 좌절을 더 큰 수확의 계기로 삼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써 다시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격려하신다. “나는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며 마른 땅에 시내가 흐르게 하며 나의 영을 네 자손에게 나의 복을 네 후손에게 부어 주리니 그들이 풀 가운데에서 솟아나기를 시냇가의 버들같이 할 것이라”(이사야 44: 3). 주여 우리를 회복시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