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균 교수의 십자가 밑에서(1445호)

예수님이 길입니다

2025-04-02     하도균 교수(서울신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내가 가던 인생의 길에서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로,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가는 인생의 길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향하여 걸어가는 길이라면,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길로 가는 것은 생명의 길로 걸어가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생명이십니다.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실 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입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던 자들에게 예수님을 따라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각자의 터전에서 살아가던 자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의 삶을 책임져주셔야만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너무 자신이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생명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살아간다면 이것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또한 “나를 따라오너라”는 예수님의 초청은 예수님이 길을 안내하시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먼저 가신 길을 우리가 걸어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그 길을 가신 분이 계십니다.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안전한 길입니다.

예수님이 직접 안내하시고 인도하시는 길입니다. 이 길만이 생명의 길입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신앙의 길이고 성숙의 길이며, 온전한 자로 회복되는 길입니다. 또한 이 길이 제자가 되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이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일은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예수님만 따라가는 길인데도 어려워 보입니다. 간혹 길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어디가 길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지요. 

특별히 중요한 삶의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어떠한 길이 옳은 길인지, 어떠한 길이 더 나은 길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흔적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을 매 순간 의지하며 가야 합니다. 매 순간 주님께 물으며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어려운 것이지요. 설령 익숙해졌다고 해도, 그 익숙함을 가져다준 영적인 습관들이 외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치 바리새인들처럼 말이지요. 

저도 그러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기도도 더 많이 하고 주님을 더 의지하였지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도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훌륭한 것이지만, 저는 그것에만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기도하는데 흔쾌한 응답이 없지? 왜 주님께 물어보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그때 저 마음속에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그때 저는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A라는 길과, B라는 길, 그리고 C라는 길에서 알맞은 선택을 하려고 했던 저에게, 주님은 “내가 곧 길이다”라고 가르쳐 주셨던 것이지요. 저는 제 인생의 문제를 결정하기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기에, 주님께 묻고 있었기에, 매일의 경건 생활이 있었기에, 제가 고민하고 주님께 물어보던 A, B, C라는 길이 주님이 제시해 주실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내가 곧 길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감사의 눈물이었고, 너무 부족한 제모습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습니다. 주님 안에 거해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 은혜 안에 거할 수만 있으면 되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은혜를 잊었고 평안을 잃었으며 주님의 흔적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늘 해왔던 대로, 종교적인 행위를 하며 제가 생각했었던 옵션들을 주님께 제시하며 결정만을 하려고 하였던 것이지요. 

물론 우리가 어떠한 판단과 결정할 때 많은 생각을 하고 정보들을 종합하여 먼저 옵션들을 만들 수 있고 그 안에서 결정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저의 경우에는 주님이 특별히 가르쳐 주고 싶으셨던 것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더 깊게 주님과 교제하기를 원하셨고 그 안에 머물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이 길이십니다! 설령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이 원치 않았던 길이라도 나보다 나를 더 잘아시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예수님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