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43) “이런 죄를 지으면
▨… “이런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게 되나요?” 초신자가 신앙의 선배에게, 어린이가 교회학교 교사에게 흔히 묻는 말이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는 복음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에 감격하면서도, 음란한 욕심이 곧 간음(마 5:27)이고 형제를 향한 분노 표출과 미움이 곧 살인(마 5:21, 22a. 요일 3:15)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게 되리라는 확대 적용에 모순을 느끼며 당황할 때가 있다.
▨… 유대인의 선민의식은 하나님께서 이방인을 만드신 이유가 지옥의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라는 지극히 독선적 사상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이에 더하여 같은 유대인이라도 율법의 지식과 준수 정도에 따라 열등한 이들을 정죄하고. 오직 옛 제사장 사독의 후예 사두개인, 구별된(parash) 삶을 살 수 있는 바리새인 중심으로 우리만 정죄할 수 있고 나만 의롭다는 배타적 선민사상을 갖게 되었다.
▨…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에서 복음 전도와 세계 선교의 사명을 강조하던 중에 제2의 이스라엘, 동방의 예루살렘, 선택된 민족(朝鮮 chosen people) 등의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가 남긴 시 ‘아시아의 등불’에서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구절에 얼마나 감동하였던가. 그러나 오늘 우리는 동시에 제2의 유대인, 바리새인이라는 오명을 쓸 우려도 있지 않을까.
▨… 예수께서는 간음의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을 정죄하지 않았고, 38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에게 다가와 치료해 주시고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만 말씀하셨다. 바로 그분이, 보석처럼 빛나는 산상수훈에서 형제에게 분노하는 자는 심판을 받게 되고, 멍텅구리(raka)라고 욕하면 공회에 잡혀가고, 미련한 놈이라고 깎아내리면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된다고 하셨다. 어떤 악한 행위보다 인격적 폄훼가 더 큰 죄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하나같이 소중한 가운데, 유일하게 손수 빚어 생기를 불어넣으셔서 영적 존재가 되게 하신 사람만이 창조주의 형상(形像)이다. 그분의 솜씨로 빚으신 걸작품에 대한 폄훼는 장인(匠人)이신 그분에 대한 모독이다. 나와 조금만 달라도 이단, 교단 총회를 앞두고 후보로 예상되는 이들에 대한 치명적 표현, 섬뜩한 욕설이 난무하는 정치적 대립. 다시 한번 산상수훈의 가르침이 선포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