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목회자 75% “교회 내 성차별”··· 여성은 94% 

목데연 ‘여교역자 인식실태’ “담임 청빙 받기 어려워” 90% “성별 따라 사역 맡기지 말고 개개인 능력  따라 부여해야 ” 

2025-02-26     박종언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여성목사 안수가 시행된지 70년(1955년 기감)이 지나고, 우리교단도 여성안수가 시행된지 20년이 됐지만 여성목회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지난 2월 21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발표한 ‘한국교회 여교역자 인식과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목회자 10명 중 8명은 “한국교회 내 여성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9명은 “여성 목회자가 기성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받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날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9.8%가 “한국교회 내 여성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목회자는 10명 중 7명(75.1%), 당사자인 여성 목회자는 무려 94.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여성 목회자가 차별받는 영역은 광범위했다. 응답자들은 “여성 목회자가 기성교회에 담임목사로 청빙 받기는 매우 어렵다”(89.6%) “여성 부교역자는 남성 부교역자에 비해 대예배에서 설교할 기회가 적다”(67.0%) “남성 담임목사는 여성 부목사를 선호하지 않는다”(57.0%)고 답했다.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으면 전도사 때보다 사역의 기회가 줄어든다”(52.1%)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교회 내 남녀 불평등 개선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남성 목사들의 의식 전환’(38.0%)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여성 목사 안수 허용’(18.3%) ‘남성 성도들의 의식 전환’(11.8%) ‘남녀평등 교육’(10.2%)이 성 평등을 위한 과제로 꼽혔다.

현재 여성 전도사들에게 ‘목사안수를 받을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여성 전도사의 절반 가량(58.0%)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목사안수를 받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가 38.1%로 가장 높았으며 ‘여성이 목회하기에 전도사가 유리해서’가 23.8%가 뒤를 이었다. ‘여성 목회자의 사역 기회가 부족해서’(9.5%), ‘여성 차별이 심해서’(9.2%) 등 여성 목회자가 사역하기에는 여전히 척박한 현실을 지적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밖에 부교역자로서 힘든 점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적인 문제’(남성 58.0%/여성 52.8%)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업무량이 너무 많음’(남성 42.5%/여성 41.8%)을 두 번째로 손꼽았다. 다만 ‘담임목사와의 갈등’을 선택한 남성 목회자는 24.5%인 반면에 여성 목회자는 9.8%만 선택했다. ‘여성 목회자라 무시함’을 꼽은 여성 목회자도 17.2%였다.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여성 목회자의 사역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와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여성 사역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작 여성이 사역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성별에 따라 사역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 고정관념을 깨는 등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여성안수는 1955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가장 먼저 시작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1977년) 예장통합(1996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1997년) 순이다. 우리 교단은 2004년 제98년차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결의했다. 아직 일부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