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로 기독사학 자율성 제한돼…특성화된 교육 가능해야”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24일 ‘2025 사학미션 콘퍼런스’ 개최 ‘한국 기독교학교 헌장’ 발간, 기독교 세계관 교과서 개발 등

2025-02-24     김준수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는 2월 24일 앰버서더 서울 풀만에서 ‘2025 사학미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학교 설립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을 주도했지만, 평준화 교육 도입과 사학법 개정 등으로 인해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사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독교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는 2월 24일 앰버서더 서울 풀만에서 ‘2025 사학미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배용 위원장(국가교육위원회)은 축사에서 “요즘 학교에서 폭력이 난무한다.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학생들은 불안하다”며 “이럴 때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학교들이 학교를 더 안전하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갈 소명이 있다”고 당부했다.

환영사를 전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도 “기독교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깨우고 다음세대를 믿음으로 세운 신앙의 요람이었다”며 “오늘 우리는 기독교학교의 긍지를 되새기며 다음세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품고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콘퍼런스에서는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가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위한 기독교학교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목사는 “2024년은 평준화 교육제도가 시행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50년간의 평준화 교육이 가져온 효과와 부작용을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며 “평준화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권도 억압했다. 이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권을 교육감에게 강제 위탁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에서는 실질적인 의미의 사립학교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화를 통해 교육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목사는 “이제 대한민국은 평준화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 평준화 교육은 지역별 공립학교로 제한하고, 사립학교에는 과감하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창의적이고 특성화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과거 사학 비리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익 감사나 개방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할 경우, 이러한 감사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립학교에 한해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의 다양성과 선택권 보장을 위해 교육 바우처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이 목사는 “정부가 사립학교의 특성화 교육을 허용하고, 교육 복지 차원에서 바우처 제도를 통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지원한다면, 사립학교는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학생들은 더 만족스러운 학창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교사들도 특성화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하고,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중·등, 대학 등 분과별 모임을 통해 각 학교별 현안과 활성화 전략도 논의했다. 장동민 교수(백석대)는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확립 △새로운 복음전도 전략 수립 △교목과 교수진의 사명감 재확인 등의 내부적 혁신과 △기독교 대학 교육과정 개편 △플랫폼 구축 등 외부적 도전에 대한 공동대응을 통해 기독교대학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교수(한동대 석좌교수)는 기독교대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채플이 교양과목 중에 하나가 아닌 신앙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박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비롯해 다양한 제재로 인해 채플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이 아닌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대학의 채플은 전통적인 교회의 예배와는 그 성격이 달라야 한다”며 “안 믿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그들을 초월로 안내해야 하고 복음 속에 타오르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중·등 분과에서는 이수인 교수(아신대)와 함승수 교수(명지대)가 ‘담대한 변화를 이끄는 기독교학교’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들은 평준화 정책이 국가 교육의 기본 규정들을 제시하고, 누구나 어디서라도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사교육비의 증가,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된 사립학교들의 존립 근거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1974년 시행된 평준화 정책은 50년이 지난 오늘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주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 되어야 한다”며 △교육 바우처 제도 도입 △기독교 세계관 교과목 개발 △기독교사 공동 선발 및 연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안했다.

한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는 한국 기독교학교 설립 140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교학교 헌장’ 발간 △전국 기독교학교 성가합창제·교사대회·리더십캠프 개최 △기독교 세계관 교과서 개발 △기독교학교 다큐멘터리 제작 △기독교학교 권역별 모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