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설교서 네 페이지 설교로
내러티브 설교가 대중화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반성의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신설교학으로 대표되는 주류 설교학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제기되었다.
먼저 외부에서 제기된 비판은 고든콘웰신학교와 남침례교계열 신학교 등 보수 복음주의 설교학계로부터 강하게 터져나왔다. 이들은 내러티브 설교가 설교의 하나님 중심성과 권위를 약화시키며 충실한 성경 강해보다 회화적 묘사에 치중하며 성경에 대한 이성적 숙고를 상실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제임스 톰슨은 내러티브 설교가 성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기독교 배경에서 자란 청중을 상정하는데 반해 실제 미국교회의 상황은 탈기독교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러티브 설교를 통해 성경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보다 기독교적 지식을 전수하고 교리를 변증적 선교적으로 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부의 비판 역시 매서웠다. 프린스턴신학교와 에모리대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친 토마스 롱은 내러티브 설교의 계승자로서 수사적 장점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하면서도 내러티브 설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건의 서사적 재현 뿐만 아니라 개념의 설명 역시 설교에서 균형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컬럼비아신학교와 듀크대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친 찰스 캠벨은 내러티브 설교가 성경의 서사적 성격을 재발견한 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적 서사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보다 인간의 경험에 보다 집중한다고 비판하며 설교가 그리스도 중심적 서사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친 폴 스캇 윌슨 역시 내러티브 설교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인터넷 출현 이후 보편화된 다감각적 경험을 담아내는데 내러티브 설교가 한계가 있으며 복음을 단편적 단선적으로 담아내는 데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 중 폴 윌슨은 내러티브 설교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네 페이지 설교라는 독창적 설교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여한 바가 크다. 내러티브 설교학자들이 주로 창조-타락-구속-회복으로 이어지는 복음의 서사적 4중 구조를 설교의 형태로 구현하려고 노력한 반면, 윌슨은 복음의 두 가지 신학적 핵심 요소인 율법과 은혜를 설교의 두 축을 삼고 율법과 은혜가 발견되는 현장으로서 성경과 세상이라는 두 축을 연결하여 네 개의 설교 파트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설교인 네 페이지 설교를 제안했다.
율법은 인간이 가진 문제 혹은 곤경을 드러내는 것이고 은혜는 그러한 문제로부터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성경 속에서 먼저 발견되므로 설교자는 먼저 성경 속의 문제와 성경 속의 은혜라는 두 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유비적 상상력을 통해 성경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와 비슷한 종류의 문제를 찾고 성경 속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구원이 유사하게 현실 속에 일어나고 있다는 복음의 선포를 세상 속의 문제와 세상 속의 은혜라는 두 페이지로 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네페이지 설교는 1) 성경속의 문제, 2) 세상 속의 문제, 3) 성경 속의 은혜, 4) 세상 속의 은혜라는 네 개의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띤다.
윌슨은 각 파트를 페이지라고 부르는데, 이는 종이책의 한 페이지라기보다는 웹페이지 하나를 의미한다. 마치 웹페이지가 이미지와 동영상 등 감각적 경험과 함께 글이나 기사와 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처럼 각 페이지들은 언어를 통해 이미지로 재구성된 장면의 연속으로 구성하는 내러티브 설교적 형태를 띰과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고 신학적 주장에 대한 논의를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하는 강해설교 형태를 띨 수 있다. 또한 웹페이지들이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른 페이지들과 연결되는 것처럼 각 페이지들이 문제와 은혜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설교 형태는 설교가 보다 통전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은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