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37) “윷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 “윷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던진 네 개의 반월형 단면 가락이 각각 등을 돌려 엎어지거나 배를 보이며 젖혀진 상태에 따라 정한 숫자만큼 말판을 달리는 말의 걸음 수가 정해진다. 선사시대부터 부여, 삼국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오는 가장 오래된 우리 민속놀이는 농경시대에 인간에게 가까운 돼지(도), 개, 양(걸), 소(윷), 말(모)의 빠르기 순서로 이름을 붙였다.
▨… 빠르기야 말이 제일이지만 놀이의 이름은 모두에게 가장 친근하고 소중했던 동물을 일컬어 소(윷)놀이라 하였고, 소의 가치를 제일로 여겼기에 “윷이요!”라고 외쳤다. 한 시대에 유행하다 사라지는 놀이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대가 변하여도 모든 세대가 함께 인원에 구애됨 없이, 최소한의 기술과 장비로, 설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는 민족의 영원한 놀이.
▨…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 박물관 관장으로 세계적인 민속학자였던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1858~1920)은 한국의 윷놀이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으며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한국의 놀이, 열화당)고 우리가 무심하고 있었던 윷놀이의 인문학을 제시한 것이 무려 130년 전.
▨… 을미개혁(1895)으로 양력이 도입되면서 이듬해에는 삼국시대부터 써오던 음력을 태양력으로 바꾸었고 연호도 양력을 세운다는 건양(建陽)으로 고쳤다. 일제 강점기,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구정, 이중과세, 민속의 날 등으로 불리우던 서러운 날들을 견디고 마침내 원래의 이름으로 다시(1989) 선(立) 설날. 대중적이고 간소하며 명쾌하여 조선 민족의 기질에 잘 맞는 윷놀이(무라야마 지준 村山 智順, 1891~1968)가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역사가 있고 재미가 있고 교훈이 있는 놀이지만 가락을 던지는 손재간뿐 아니라 직관과 경험에 의한 말판 운영의 노련함이 필요하다. 남을 속일 수 없고 힘을 다해 애쓴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이, 때론 도나 개가 윷과 모에 못지않은 경우도 있으니 다 소중할 수밖에 없고, 앞섰다고 좋아하다가 상대방의 느린 말에 잡혀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시는 수도 있을 터이니 누가 자만할 수 있으랴. 윷놀이의 이치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한 아둔함으로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설친 부끄러움은 이제라도 곱씹으면 감춰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