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36) 어느 학생이
▨… 어느 학생이 저명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 1901-1978)에게 물었다. “당신이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증거로 생각하는 고대인의 유물은 무엇입니까?” 학생은 미드가 낚싯바늘이나 토기 등을 증거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을까. 그러나 미드의 대답은 치유된 뼈’ 대퇴골이었다. 그녀는 문명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경쟁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의 유해에서는 ‘치유된 대퇴골’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야생에서 대퇴골이 부러질 정도의 부상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부상에서 회복된 흔적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다친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보살펴 주었다는 것이다. 미드가 파악한 인간의 문명은 이기(利器)가 기준이 아님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문명을 알리는 최초의 신호를 강도만난 사람을 돌보아준 ‘사마리아인’에게서 찾으려는 미드의 노력은 우리에게 성서의 약속을 알려주려는 나팔소리일지도 모른다.
▨… 인류문명의 시발점을 인간의 인간다움에서 구하고 싶었던 미드는 자신을 희생할 줄을 아는 정신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삶의 현실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던 탓이었을까, 그녀는 세 번 결혼했지만 모두 이혼으로 끝맺었다. 인류학자의 이런 삶의 굴곡이 인류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치유된 대퇴골’을 상정하게 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namuwiki/Flow of goodness 참조)
▨… “글을 쓸 때 생각과 글의 간극이 커서 스스로 한심하고 처량하게 느끼기도 한다”는 어느 목사님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뼈가 시리도록 아프게 콕 찝으셨다. “기독교의 근간을 이룬다고 하는 성서와 기독교 전통들이 현대인들의 삶의 자리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과연 그것들이 시대를 읽어내는 지혜와 공감의 도구가 될 수 있느냐는 냉소의 목소리가 드높다.” (이상철, 죽은 신의 인문학)
▨… 이 드높아진 냉소의 목소리를 바로잡게 할 힘이 한국교회에 있을까. 문명 시작의 신호가 치유된 대퇴골임에도 인간의 비인간화를 외면하고 오직 교리 수호에만 매진하는 또 이 잔을 거두어 주옵소서 부르짖어도 우리들의 계산과 판단과 이해 너머에서 침투해 들어오며 순종을 지시하는 이 명령을 완수할 결의를 우리 성결교회가 과연 가지고 있는지 자문한다면 그 답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