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설교의 양면성

2025-01-15     정재웅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설교학)

지난 시간 본문과 현실 속에서 청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찾아서 이를 설교를 위한 신학적 주제로 발전시킬 것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방식은 현대설교학에서 말하는 문제-해결식 설교를 위한 기초작업이다. 현대설교학의 대표적 학자 중 한 사람인 유진 라우리(Eugene Lowry)는 청중이 가려워하는 문제를 찾아서 시원하게 긁어주는 복음 경험을 하는 것이 설교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그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이야기식 설교 혹은 내러티브 설교라는 형태로 제시했다. 

1980년 처음으로 내러티브 설교를 제시했을 때 라우리는 평형을 무너뜨리기(Oops), 모순을 분석하기(Ugh), 해결의 실마리를 분석하기(Aha), 복음을 경험하기(Whee), 결과를 예견하기(Yeah) 등 5단계로 구성된 설교학적 플롯을 제안했다. 

이후 세 번째 단계인 해결의 실마리를 분석하기와 네 번째 단계의 복음을 경험하기 사이의 구분이 어렵다는 의견을 수용해 둘을 합하여 하나의 단계로 구성하고 용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바꾸어서 갈등의 발견으로부터 시작하여 갈등의 심화, 갈등 상황을 반전시키는 복음의 발견, 마지막으로 갈등의 해소의 순서로 진행되는 4단계 플롯으로 수정했다. 

라우리의 내러티브 설교는 소설이나 이야기를 작성할 때에 반영하는 서사구조(narrative form)를 하나의 설교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의 5막 구조와 라우리의 5단계 설교 플롯은 거의 같은 형태이다. 이후 수정보완하여 제시한 4단계 플롯 역시 이야기 작법으로 잘 알려진 기승전결의 구조와 일치한다. 즉 라우리의 내러티브 설교는 서사라는 문예적 기술을 하나의 설교 형식(narrative art form)으로 제시한 것이다. 

라우리의 내러티브 설교는 기존에 널리 통용되던 대지설교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 방식이면서도 그 형태가 비교적 단순해서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내러티브 설교가 함의하는 현대설교학의 신학적 논의들을 동의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미국 전역에서 라우리의 내러티브 설교를 따라하는 설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신설교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주류 교단은 물론이고 신설교학에 대해 비판적인 보수적인 교단의 설교자들조차도 스토리텔링 설교 혹은 내러티브 설교를 수용하여 강해설교 혹은 대지설교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문제는 내러티브 설교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대부분 설교 형태에 내재된 깊은 신학적 함의는 외면한 채 하나의 설교의 형식으로서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었다. 설교자들은 본문과 깊은 대화를 통해 길어낸 복음 경험을 재현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입담 좋게 전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다. 또한 설교의 형식적인 면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설교의 내용이 약화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즉 설교를 들을 때는 흥미진진하고 몰입감이 있어서 좋지만 설교가 끝난 후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교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는 무관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설교의 형식은 기술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신학적 표현이다. 설교의 형식에서 신학적 숙고가 실종되고 어떤 기술적 기능적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될 때에 내러티브 설교의 오용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