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35) 청색 뱀의 해(乙巳) 2025년을 맞았다.
▨… 청색 뱀의 해(乙巳) 2025년을 맞았다. 광야의 선지자 세례요한은 그에게 다가오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을 보고 독사의 자식들아,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다고 소리쳤다(마 3:7). 당대의 가장 종교적인 삶으로 인정받는 사람들, 가장 중요한 직분을 이어온 사람들의 자부심 가득한 가슴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일갈이었으리라.
▨… 주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분부하셨다. 지혜(pronimos)는 뱀의 행태나 생김이 아닌 무엇이 옳고 유익한지를 가려 판단하는 분별력을 말한다. 고대 기독교 자연 동물 문헌 <피지올로구스>(AD 200)에는 뱀의 지혜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뱀이 늙어 눈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꼬박 40일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굶는다. 그러면 껍질이 벗어지고 새로운 젊음을 얻는다.
▨… 이름을 알 수 없는 <피지올로구스>(PHISIOLOGUS)의 편집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권한다. “그대여! 죄악의 낡은 거죽을 벗고 싶다면 금식과 정결의 좁은 길을 통해 그대의 육신을 털어 버리십시오.” 참된 지혜는 욕망의 충족을 위한 수단이나 남을 향한 비판보다 내면을 향한 자기 성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실천적 신앙의 길에 있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일은 지난해의 껍질을 벗어버린다는 것이 아닐까.
▨… 그가 말하는 또 한 가지 뱀의 지혜. 목마른 뱀이 목을 축이려고 샘으로 나아갈 때 자기의 몸에 품었던 독은 지니지 않고 동굴 안에 떼어 놓고 간다니, 우리도 이와 같이 영원히 마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 샘, 하늘나라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비밀로 가득한 샘, 곧 교회로 달려갈 때 사악한 마음을 지니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다투었던 자와 서둘러 화해하고 평화가 넘치는 마음으로 교회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고대 성현의 가르침이 들리는가.
▨… 뱀의 세 번째 지혜. 뱀이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면 두려워 피하는데 오히려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더 달려든다고 한다. 인간의 낡은 의복을 청산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었다면 원수는 즉시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위선과 죄악을 벗어버리고 벌거숭이가 된다면 원수는 두려워 달아날 것이다. 뱀의 해를 맞으며 듣는다. 누구의 자식인가. 어떤 지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