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삶 속 가려운 곳 찾으라
좋은 설교는 그 자체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진 설교이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사상의 흐름이 막힌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가를 찾는 것이다.
청중이 답답해 하는 문제는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 차근 차근 매듭을 묶고 있는 줄들을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설교의 두 줄기인 본문이라는 씨줄과 컨텍스트라는 날줄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며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 지를 살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먼저 본문에서 사상의 흐름을 살펴보며 매인 곳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문의 내용을 평면적으로 살피는 것을 넘어 본문 속에 담긴 갈등과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신학적 렌즈를 통해 표면적 문제 이면의 근원적 문제를 포착한다면 깊은 메시지를 위한 좋은 작업이 될 수 있다. 내러티브 본문의 경우 이야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하는 지점을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약의 요셉의 인생을 볼 때에 순탄했던 그의 인생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은 어디일까? 단순하게 본다면 형제들과의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것이 폭발하는 지점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요셉의 미성숙함, 형제들의 열등감, 야곱의 편애, 하나님의 섭리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요소들을 설교의 대지로 삼으면 설교 한 편이 나온다.
요셉의 인생에서 진정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데 사실은 모든 일들을 일으키는 근원적 문제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본문을 들여다 본다. 창세기 37장에서 소개되는 요셉은 참 성실한 사람이다. 요령피울 줄 모르고 요령 피우는 형제를 아버지에게 일러 바쳐서 미움을 산다. 그러나 어쩌면 성실함이 그의 인생을 서서히 잠식하고 결국은 추락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는지 모른다.
성실함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성실함은 장려되는 덕목이 아닌가? 시편에 수없이 많이 하나님의 성품으로 찬양하는 덕목 중 하나가 성실이 아닌가? 성실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가? 요셉의 이야기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성도들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하나님 말씀대로 신실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오히려 그것이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일이 된다. 차라리 조금 덜 성실하고 적당히 요령도 부릴 줄 알고 사람들의 불의에 적당히 눈감을 줄 알아야 지혜로운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의문을 품고 요셉의 삶을 다시 보면 오히려 위기의 때 성실함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환경과 상관없이 성실한 요셉을 보고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그가 총리가 될 때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성실함이라는 주제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덕목을 넘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신학적 논의의 주제로 다뤄질 수 있다.
본문을 읽고 가려운 곳을 찾으라. 성도들의 삶 속에서 가려운 곳을 찾으라. 그곳이 복음이 묻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