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설교,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좋은 설교를 듣고 난 뒤 청중들은 물흐르는 듯한 설교를 들었다고 말하곤한다. 설교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물에 띄워 보내는 배라고 한다면, 설교의 형식이란 물이 흘러가는 강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강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형을 활용해 만들어진 것처럼, 설교의 형식 역시 본문의 지형을 활용해서 구성할 때에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다. 본문이 상이한 개념의 충돌을 보여주는 논쟁을 하고 있다면 설교 형식도 논쟁적 구조를 띠게 되고, 본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면 설교 형식도 서사 구조를 띠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 회차에 필자가 강조한 것도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문제는 본문의 흐름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주제가 잘 맞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주제가 본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본문에 맞춰 축소하든지 주제에 맞춰 본문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첫 번째 경우처럼 본문에 철저하게 맞춰 설교하는 경우를 본문설교(Textual Sermon)라고 한다면, 두 번째 경우와 같이 주제에 맞춰 본문을 확장시키는 것을 주제설교(Thematic Sermon)라고 할 수 있다. 주제에 맞는 본문이 큰 줄기를 이루더라도 인접 본문을 갖다 쓰기도 하고 주제에 맞는 본문이라면 주본문과 다소 거리가 먼 보조본문들도 끌어와서 주제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주제설교이다.
주제설교는 많은 비판을 받아 왔지만 사실 장점도 많다. 성도들의 삶에 응답하는 설교를 위해서, 교회의 목회적 필요를 위해, 혹은 기독교의 핵심주제나 교리를 교육하기 위해 설교를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에 꼭 맞는 하나의 본문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경우 한 본문에 매이지 않고 여러 본문을 활용해 설교하는 주제 설교가 유용할 수 있다. 청중들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삶과 크게 관련성이 없게 느껴지는 내용을 한 절 한 절 풀이해주는 연속주해식 강해설교보다 자신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응답하는 주제설교가 더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설교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주제설교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제설교를 오용하는 가장 흔한 문제는 설교자의 의도에 따라 본문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본문에서 벗어나 설교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를 강조하려고 본문의 특정 문구를 그 맥락과 상관없이 해석하여 다른 본문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대표적인 본문왜곡의 예이다. 또한 감명깊게 들은 예화를 중심으로 설교하려다 억지로 본문에 끼워맞춰 설교하는 것도 주제설교에서 종종 일어나는 본문이탈 혹은 본문왜곡의 예이다. 설교자의 의도가 본문의 의도를 무시하고 본문을 왜곡시키는 설교를 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설교자는 주제와 관련하여 본문을 잘 살펴야 한다. 주본문을 중심으로 이와 긴밀하게 연결된 보조본문을 찾고 이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운하를 건설할 때에 본류와 가까이 있는 지류들을 찾고 큰 물줄기를 중심으로 주변의 작은 물줄기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물길을 만드는 것처럼, 본문의 주요한 맥락을 잘 파악하고 그와 연결된 보조본문의 맥락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뱃길과 물길처럼 주제와 본문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야 설교라는 배가 좌초하지 않고 물흐르듯 전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