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서평택다이룸센터 이야기
한국말 빨리 익히고 공부하고 하나님도 배우고 서평택다이룸센터엔 다 있어요
“여기에서 하나님을 배우고, 하나님을 믿게 됐어요. 하나님을 다른 친구들한테도 알려주고 싶어요.”(방샤샤 8살)
“이제 한국말 잘해요. 커서 수학 선생님 되고 싶어요.”(최사야트 13살)
서평택다이룸센터(센터장 김대환 목사) 아이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름도 국적도 생김새도 다 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꿈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우리네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이 아이들은 센터를 통해 하나님을 믿게 되고, 한국말도 잘하게 되었다며 센터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부분 러시아어권 출신으로 부모 따라 한국에 들어와 처음 한국말을 배운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제법 대화가 될 정도로 한국말이 익숙해졌다.
한국어도 늘었지만 아이들의 공부 실력도 부쩍 늘었다. 다이룸센터에서 매일 방과후교실을 열어 수학과 영어를 비롯해 필요한 과목을 알려주니 학원 못지않다. 사실 학원보다 더 낫다. 한국어까지 가르치며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8살 마크심은 “센터에서 공부하는 게 좋아. 한국어도 잘해졌다”고 어눌한 한국어로 센터에서의 만족감을 표현했다. 특히 마크심은 “매일 저녁밥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누가 진정한 이웃인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위치한 서평택다이룸센터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이주배경청소년들의 한국 정착을 도우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모두 다 이웃이 되어 다 이루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다이룸센터는 해외선교사를 꿈꾸던 김대환 목사 부부가 2022년 2월 포승 공단지역에 문을 열었다. 현재 42명이 센터에 다니는데, 고려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 나이지리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 국적이 다양하다.
해외선교 꿈꾸다 이주민선교로
김대환 목사는 우연히 시작된 청주 새날학교 교사 활동을 통해 국내 거주 이주민 사역자의 길을 걷게 됐다. 청주새날학교는 다문화가정 혹은 이주근로자 가정 중 한국어를 모른 채 부모의 결정으로 한국에 들어온 ‘중도 입국 청소년’의 한국문화 적응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대안학교이다.
김대환 목사는 “어릴 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생 때 뇌출혈로 죽다 살아난 후 선수의 꿈을 버리고 하나님이 살려주신 삶 주께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선교사가 되고자 오랜 시간을 준비했는데, 하나님은 뜻하지 않게 ‘이주민 선교’의 길로 들어서게 하셨다”며 “청주에서 처음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입국해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된 후 내가 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못 해서 소통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생활 수준이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아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때 인생 항로를 ‘국내 이주민 사역’으로 변경했다.
축구를 매개로 사역 시작
김 목사는 청주에서 4년의 교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다문화 사역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늘어나는 서평택 포승읍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서 그는 제일 잘하는 축구를 매개로 사역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동네 이주민 아이들과 함께 축구하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는 매주 2번씩 동네 풋살장을 빌려 누구든 와서 축구할 수 있게 했다. 돌봄을 받지 못해 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거나 휴대폰에 코 박고 있는 아이들, 축구하고 싶어도 같이 할 사람이 없어 바라만 보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낮에는 놀이터에 나가서 동네 엄마들을 만나 축구교실을 알리고 공짜로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축구교실은 금세 입소문을 타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해서 처음엔 말도 안 통했지만 축구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축구하지 않는 여자아이들도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풋살장으로 모여들었다.
축구하며 복음의 씨앗 심기
매주 꾸준히 축구교실을 열어 아이들과 땀 빼며 축구하고 축복하고 간식도 나누며 친분을 쌓다 보니 그가 목사인 걸 알면서도 아이들이 잘 따르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무슬림도 있고, 힌두교인도 있지만 시작과 마무리를 기도로 하는데도 아이들은 거부감없이 녹아들었다.
“처음에는 기도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거부감도 보였지만 축구하고 싶은 마음에 다 따라오더라고요. 이제는 다 같이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지금도 매주 정기적으로 축구교실을 열고 있는데, 작은 축구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이룸FC 팀을 이루고, 외부 협찬을 받아 유니폼도 제대로 갖춘 축구팀으로 성장했다. 갈수록 실력도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축구 실력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성품도 좋아지고 신앙도 함께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실력만큼 인성도 좋아져
김대환 목사는 “로스틱(14살)의 변화는 놀랍다. 맨날 화만 내던 아이가 이제는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축구하며 아이가 변화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로스틱은 항상 모든 일에 화가 많았어요. 처음엔 축구할 때도 친구가 넘어지면 화내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누가 넘어지면 손 내밀어 일으켜줘요. 마음을 열지 않은 아이들에게 만날 때마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할 수 있게 훈련하는데 아이들은 반드시 변하더라고요. 이 아이들을 통해 선교적 마음을 가지고 축구하면 이것 자체가 선교가 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껴요,”
또 한국말을 욕부터 배워서 말끝마다 욕이 튀어나오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축구할 때 욕을 금지하고 센터 안에서도 절대 욕하지 못하게 하다 보니 욕하는 아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도 크다고 했다.
방과후교실에서 매일 저녁도 제공
축구교실로 시작된 사역은 이후 교육사 역으로 이어졌다. 김 목사는 다이룸센터에서 본격적인 교육과 돌봄 사역을 시작했다. 학교 끝나고 센터로 오는 아이들 중 한국어를 잘 모르는 아이는 일대일 한국어 수업을 먼저 진행한다. 바짐(13살)은 처음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했지만,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지금은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할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게 됐다.
한글교실 외에도 청년 2명이 교사로 헌신하고 있어 수학과 영어를 비롯해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강사를 지원받아 태권도 수업도 시작했고, 김장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야외 활동과 체험학습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가고 있다.
센터 아이들 자연스레 교회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끝나면 저녁밥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아이들이 방과후 수업을 하러 오는데,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가 많아 센터에서 매일 갓 지은 밥과 반찬으로 저녁상을 차려내고 있다.
이렇게 가족 같은 돌봄이 이뤄지니 아이들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주일에도 예배드리러 찾아온다. 지난달에는 추수 감사 주일에 달란트 시장을 열었는데, 많은 센터아이들도 많이 참가했다. 다이룸센터를 통해 다른 종교를 믿던 아이들도 거부감없이 교회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이 모든 일은 김 목사네 온 가족이 다 함께 힘을 모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목사 부부는 물론, 양가 부모님과 동생, 처제까지 온 가족들이 ‘다이룸센터’ 사역에 적극 동참해 한마음으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역을 위해 동역하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 아이들 더 나은 삶에 최선
이런 협력을 통해 다이룸센터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에 적응하는 걸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역을 이뤄가고 있다.
김대환 목사는 “갈수록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중도 입국 청소년들도 함께 증가하는데 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해 안타깝다”며 “은퇴한 선교사님, 해외선교에 관심 있지만 해외에 나갈 형편은 안 되는 분들, 자신의 달란트를 섬김에 활용하고 싶은 분들 누구든 환영합니다. 함께 합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