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32)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스톡홀름 한림원 연단에서 어떻게 들으면 기독교신앙의 핵심교리를 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게 될 수도 있을 법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소설을 중심으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섰다. 그녀의 삼촌인 한모 목사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도 마음놓고 정독을 권유할 수는 없음을 밝혔을 때 많은 한국인들은 특히 기독교인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음이 사실 아닌가.
▨… 한강은 1980년 5월 어느 새벽까지 광주의 도청 옆 YMCA에 남아 있다가 목숨을 잃은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 박용준’을 만났음을 강연에서 밝혔다. 그 박용준이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한강의 소설의 방향을 확정하는 글 한 줄을 그 마지막 새벽에 남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한 줄의 글이 한강에게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일깨웠다. 박용준은 아마도 그리스도인 아니었을까.
▨… 1993년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집필한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 바람이 분다 가라 , 희랍어 시간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를 쓰며 소설가의 삶은 소설이 제기한 질문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한강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이기에 더 심사숙고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질문의 밑바닥을 닦으면 신학이란 두 글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 “인간은 악하다는 진실에 맞서야 비로소 연대를 이룰 수 있다.” 인간의 사악함을 고발하는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참조: 인간이하)라면 고개를 저었겠지만 한강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를 물으면서도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묻는다. 한강의 “역사와 우주 속에서의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 이해는 그리스도인의 세계이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본회퍼를 떠올리게 만든다.
▨… 한강은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밝혔다. 자신의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묻고 있음을. 이 질문을 던지는 한강에게서는 본회퍼의 ‘성숙한 인간’의 향기가 소리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아닐까. 본회퍼는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고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