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e스포츠, 꽉 막혔다는 인식 바꿔”
교계 첫 초등학생 대회에 “놀랍다” 내년 2월 청소년-청년대회도 예정 새로운 ‘문화선교’ 가능성에 주목 “아이들에게 게임은 자연스런 일상 교회를 자랑거리로 생각은 큰 수확”
‘제1회 교회학교 e스포츠대회’ 이후 e스포츠(게임)를 활용한 교회학교 사역과 전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교계에서도 새로운 ‘문화선교’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교단은 성공적인 교회학교 e스포츠대회 개최에 힘 입어 내년 2월에는 청소년·청년 e스포츠 페스티벌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0월 19일 동대전교회에서 열린 e스포츠대회는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교단 주최로 열려 교단 안팎에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음세대의 눈높이에서 진행된 사역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인천, 중부, 충청, 호남, 영남지역에서 총 375명의 성결어린이들이 4개월 동안 교회·지역 예선을 거쳐 최종 12팀이 진출하는 등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대회에 출전한 교회학교 학생들도 e스포츠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협동을 통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초대 우승팀의 영예를 안은 광주교회팀 심규엽 학생(초6)은 “마지막 경기까지 친구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맡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고, 인후동교회 박선율 학생(초6)도 “경기에서 비록 지긴 했지만, 팀원들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첫 e스포츠대회 전도의 문 열어
대회를 주관한 교회학교전국연합회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삼아 내실을 쌓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새로운 전도 프로그램으로서 e스포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한 교회학교전국연합회 회장 손경숙 권사는 “처음 진행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분명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 내년에는 각 교회가 충분히 준비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손 권사는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에 대회를 진행하면서 e스포츠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었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며 “이미 아이들이 숨 쉬듯 집이나 학교, 교회에서 e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의 문화가 이렇다면, 학부모와 교사, 교역자가 잘 지도하면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지도한 교사들이나 담당 교역자들도 e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전도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광주교회 출전팀 코치로 출전했던 손하울 청년도 “본선 진출이나 우승도 중요시했지만, 이 대회가 단순히 e스포츠대회가 아니라 신앙 안에서 진행되는 대회임을 아이들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교회 안에서 e스포츠가 활성화 된다면 아이들이 친구들을 교회로 초대하기에도 좀 더 쉬울 것 같다”는 말했다.
인후동교회 교회학교를 담당하고 이번 대회에서 코치를 맡았던 김진욱 전도사는 가장 신경 썼던 점으로 학부모와의 소통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사진도 찍어서 보내드리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렸다. 김 전도사는 “예선전을 하면서 다른 교회와의 연합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친구 초청 잔치에 활용하거나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몰래 하지 않겠나. 그럴 바에 차라리 교회에 와서 사역자의 건강한 지도 아래서 서로 교제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동·청소년 10명 중 8명 “게임 이용한다”
이처럼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회학교 사역에 있어 e스포츠를 주목해야 하는 분명하다. 이미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e스포츠가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활동이자 취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3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86.4%가 게임을 이용하고, 13.6%만 게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도 청소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대표)는 “어른들은 곧잘 요즘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나이를 떠나 서로를 알아가려면 상대방이 왜 저런 걸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지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드럼이나 전자악기만 해도 시간이 지나서 결국 수용이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려고 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라고 당부했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나날이 달라져 이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6월 하계·동계올림픽과 별도로 ‘e스포츠 올림픽’을 내년부터 개최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e스포츠 올림픽은 각각 4년마다 열리는 하계와 동계올림픽 사이 2년마다 열릴 예정으로 내년 첫 개최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정됐다.
최근 ‘2024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컵을 거머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T1)는 오타니 쇼헤이, 리오넬 메시 등의 스포츠 스타와 함께 지난 2023년 영국 유력 일간 ‘더 타임스’가 선정한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경기 의정부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전웅제 목사(하늘샘교회)는 교회를 PC방으로 꾸며 동네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했다. 13년째 한결같은 사역으로 하루 평균 10~15명의 아이들이 교회를 찾는다.
전 목사는 “아이들에게 게임은 일상이고 문화다. 용돈을 받아서 게임에 돈을 쓰는 것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며 “교단 차원에서 e스포츠대회 한다면 아이들이 우리 교단, 우리 교회가 꽉 막혀있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를 인정해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교단의 ‘제1회 총회장배 교회학교 e스포츠대회’를 두고 “굉장히 개혁적이고 필요한 사역”이라고 호평했다. 전 목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친구들한테 교회나 신앙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얘기할 거리가 없다”며 “e스포츠도 하나의 도구다. 마냥 세상을 따라 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이미 잘 쓰고 있는 것들을 교회가 가져와서 신앙적으로 지도하며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