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교인’ 증가, 한국형 종교문화 산물?

 종교사회학회서 이색적 분석 “무속-불교 등 뒤섞인 토양 위에  기독교라는 지층 쌓고 있는 것 신앙은 옅어지고 문화로 남아”

2024-11-20     김준수

지난 예장통합과 합동 9월 총회에서 발표된 교세 현황에서 20만 명의 교인이 감소했다는 소식은 교단 안팎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23년 1월 발표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서도 개신교 인구가 15%로 감소됐으며, 가나안 성도의 비율은 2012년 이후 11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한 29%로 조사됐다. 교인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데, 그나마 교인 중 교회에 안나오는 가나안교인은 급증하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월 8일 서강대에서 열린 ‘2024년 한국종교사회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기존 연구나 분석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이날 ‘탈종교 시대와 개신교: 소위 가나안 성도와 중층신앙’을 주제로 발표한 이정철 교수(국민대)는 “탈교회 신자는 새롭게 나타난 독특한 그룹이다. 이들이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개신교의 규모와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종교사회의 지형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교회 현상을 먼저 경험한 서구에는 ‘가나안 성도’와 유사한 개념이 없을까. 미국의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이하 SBNR)’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가나안 성도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영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많지만 제도교회 바깥에서 찾는 SBNR보다는 교회에서 소속되어 있지만 거의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은 가끔 하지만 어느 교회에서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 ‘제도교회와의 관계가 모호한 그룹’이나 ‘예수를 사랑하지만 교회는 사랑하지 않는(love jesus but not the church)’ 그룹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탈교회 신자들에게 대안적 신앙생활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는 집단이 아니라 하지 않는 집단에 더 가깝다”며 “이들 안에는 대안을 찾고자 하는 소수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12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발표한 ‘가나안 성도 신앙의식 및 신앙생활 조사’에서 ‘교회 이탈 후 신앙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93.7%는 ‘없다’고 응답했고, 가나안 성도들의 모임에 참석할 의향에 대해서도 66.5%는 ‘없다’고 대답했다.

가나안 성도들의 제도교회로의 복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교수는 “현재로서는 탈교회 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오기보다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며 “유럽의 탈교회화는 이들의 기독교에 대한 충성심이나 헌신된 신앙은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고, 기독교회는 문화화된 형태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나안 성도와 관련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한가지 변수는 한반도에서 오랜 시간 내려져 온 다종교적 문화와 그로 인해 형성된 중층신앙적 영성의 문제다. 

한국인의 종교적 경험의 근원에 무교, 불교, 도교, 유교가 중첩된 독특한 신앙 양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이 박사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총체적 탈종교화의 배경에 한국인의 본래 상태인 ‘종교적 혼종’인 중층신앙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른다”며 “개신교라는 하나의 지층을 더 쌓은 채로 자신들만의 종교적 문화를 새롭게 재생산하는 ‘한국형 문화종교인’의 출현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최희진 박사(장신대)는 논찬에서 “가나안 성도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어쩌면 간과되었던 가나안 성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있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10년간 가나안 성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40세대에서 한국인의 중층신앙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