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예수님 더 알려고 주일엔 알바도 빠져요”
서울신대 베트남 학생 10여 명 3일 생애 첫 추수감사절 예배 “감사 의미 알아가서 소중해요” 3년째 섬기는 남궁성 목사 부부 “하고 싶은 일 많을텐데 고마워 예배 뒤 식사 등 비용마련 걱정”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의 수는 4만 2,000여 명이라고 한다. 이중 300여 명이 현재 서울신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 가운데 40여 명은 매주 성경읽기 모임에 참석하고 있고 10여 명은 주일마다 서울신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태어나서 예수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예배에도 참석했다”는 이들의 감사와 사역을 소개한다.
“하나님께 왜 감사해야 하나요”
지난 11월 3일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예배는 조촐하지만 진지했다. 교탁 위에 감과 사과를 올리고 강의실 의자에 앉아 드리는 예배였지만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생애 첫 추수감사절 예배라는 의미가 있었다.
예배를 인도한 베트남친구들 대표 남궁성 목사는 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남궁 목사는 이날 “옛날에는 모두 농사를 지었던 농경사회였는데 가장 중요한 햇빛과 비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감사해야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일년에 하루를 추수감사절로 정해 열매를 수확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보낸다”며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전했다.
이에 한 학생이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감사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웃음보가 터졌다. 신앙생활이 처음인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이해가 되지 않고 궁금한 게 많을 수 밖에 없다.
남궁 목사는 “우리가 숨을 쉬고 옷을 입고, 한국까지 유학 올 수 있도록 인도하신 분도 하나님”이라며 “매일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예배 후에는 남궁성 목사와 부인 쩐미융 전도사가 준비한 베트남 음식을 같이 나누며 식탁교제가 이어졌다.
예배 반주도 없고 추수감사절이라고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는 단출한 예배이지만 이들에게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고 왜 감사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알아간다는 점에서 예배 자체가 소중하다.
서울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릴린 씨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 후배들이 한국에서 하나님을 알게 되고 예배까지 참석하게 되어 감사하다”며 “특히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알게 되고 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릴린 씨는 건국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세종대 관광경영학과를 다니던 중 남궁성 목사를 만나 복음을 듣고 서울신대 대학원(기독교교육과 전공)에 진학했다.
아르바이트 보다 주일예배!
기독교인에게 주일예배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비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들어본 적도 없고, 예배 참여는 생각도 못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에게 주일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시간은 물론이고 수입까지 어느 정도 포기하고 헌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많은 학생들이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데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그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다.
남궁 목사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다고 해서 여유있는 환경의 집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듯이 한국에 와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예수님에 대해 더 듣고 싶고 예배를 위해 시간을 미루거나 주일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학업이나 취업 때문에 고향교회만 떠나도 신앙에서 멀어지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 학생들은 멀리 타국에서 스스로 예배 참석을 결정했다”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데 예배를 위해 기꺼이 포기한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학생도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활비를 벌 수 있는데 주일만큼은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후로 미뤘다”며 “아직 신앙이 무엇인지,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말씀을 듣고 친구들과 예배를 드리는 일이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나누고 섬기니 신앙도 쑥쑥
이들의 주일예배가 처음부터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한국어를 배워 더 성공하기 위해 이 땅을 밟은 유학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은 당연히 어학공부와 재정 마련이다. 실제로 다른 학교의 어학원에서는 유학생들의 일탈 행동이 문제가 되고는 한다. 어학원 비자로 입국해서 불법취업을 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신대로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은 어떻게 주일예배까지 참석하게 되었을까? 내면에는 남궁성 목사와 쩐미융 전도사를 비롯한 서울신대, 더 나아가서는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이 숨어있다. 특히 남궁 목사 부부의 헌신적인 돌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부부는 2022년 서울신대 내 베트남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역을 준비해 매주 금요일 성경읽기 모임을 열고 있다. 때로는 부모의 마음으로, 때로는 유학 선배의 심정으로 이들을 돌봤으며 아낌없이 나눴다. 가을에 입국하는 학생들을 위해 겨울 옷을 후원 받아 나눠주고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중고노트북도 협찬을 받아 선물했다.
쩐미융 전도사는 “베트남과 한국의 물가가 다르기 때문에 넉넉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적고 특히 기후가 많이 차이가 나서 겨울이면 감기 등으로 고생한다”며 “많은 단체와 교회의 나눔으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을 주며 신뢰를 쌓고 예배로 인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주일예배에서는 학생 5명에게 10만원 씩 장학금도 지원했다. 이날 지급한 장학금도 한 단체에서 후원한 것으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암송한 학생’, ‘매주 통역으로 봉사하는 학생’, ‘한번도 예배에 빠지지 않은 학생’ 등이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인 전도사 한명이 합류하면서 주일예배 후 타자연습도 하고 있다. 어학원 수료 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리 연습하는 것이다.
날씨 춥지만 따뜻한 봄날 올 것
사실 환경과 상황으로만 볼 때 이들이 처한 상황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측의 배려로 매주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는 구했지만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된다. 중앙난방 시스템인 건물 구조상 이들만을 위해 난방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일예배 후 학생들의 식사를 위한 재정도 마련해야 하고 이들에게 작은 섬김이라도 실천하기 위해서는 후원금도 필요하다. 금요일마다 열리는 성경읽기 모임에서도 음식을 나누는데 주일예배까지 시작되면서 재정이 두배 가량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한 교회가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의 식사를 제공하기로 약속해 숨통이 틔였지만 막막한 것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남궁 목사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와는 다르게 이곳 사역은 오롯이 나누고 베푸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예배 장소도 막막했는데 하나님께서 학교를 통해 장소를 허락하신 것처럼 이후 사역도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익숙한 부모의 품을 떠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은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 땅에서 복음을 듣고 예배를 시작한 이들에게 늘 감사와 찬양이 고백되길 기대한다.